"부모님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메이저만큼 우승하고 싶어요"

'금의환향' 재미동포 골퍼 대니엘 강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출전
[뉴욕 중앙일보] 10.11.17 17:11
지난 7월 메이저대회로 첫 우승 신고
"햄버거? 김치찌개? 당연히 김치찌개"


"저 한국말은 반말로 하면 잘하는데, 존댓말 쓰면 잘 못 해요."

올해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재미동포 대니엘 강(25)이 웃으며 말했다.

'원래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냐'고 묻자 "네, 저 '싸가지 없는' 편이에요"라고 거침없이 답했다.

2012년부터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을 시작한 대니엘 강은 지난 시즌까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다가 올해 7월 메이저대회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144번째 대회 출전에서 정상에 오른 대니엘 강은 12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막을 올리는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10일 연습 라운드를 마친 그는 "올해 우승하고 나서 처음 한국에 왔다"며 "사실 그 전에 한국 대회에도 출전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대니엘 강은 "(2013년)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는 한국에 가끔 왔는데 그 뒤로는 이 대회 때만 왔다"며 "메이저를 제외하고는 이 대회를 가장 좋아할 정도로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인터뷰에 응한 대니엘 강은 가끔 들리는 부산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한국말도 능숙하게 구사했다.

하지만 그는 "반말로 하면 더 편하게 잘하는데 존댓말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 "밥 먹었어요"라고 인사했다가 '진지 드셨어요'라고 해야 한다는 지적만 받고 오히려 예의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며 울상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메이저 정상에 오른 지 3개월이 지난 그에게 우승 이후 변화를 묻자 "사실 우승이 없다는 점은 나에게 마음의 짐이었다"고 털어놨다.

2010년과 2011년 US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2연패 할 정도로 유망주였으나 프로에 와서 우승과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오래 기다린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일궈낸 그는 "등에 원숭이 한 마리, 아니 코끼리 한 마리가 얹혀있는 기분이었는데 그걸 떨쳐낸 것처럼 기뻤다"며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이라고 이내 아쉬워했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에서 연달아 컷 탈락한 그는 "사실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준비를 못 한 탓"이라고 자책했다.

대니엘 강은 "저는 에너지 레벨이 높은 사람이라 한번 다 쏟아내고 나면 정말 1주일은 푹 잠만 자야 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런데 US오픈은 우승하고 곧바로 열린 대회라 저의 '가스탱크'가 완전히 비어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솔직히 우승 이후 제대로 준비를 하고 나간 대회는 솔하임컵과 에비앙 딱 두 개가 전부였다"며 "다른 어떤 대회에서는 코스에서 앉아서 졸다가 캐디가 깨워준 적도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대니엘 강은 LPGA 투어 '미녀 선수'로도 유명하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이 올해 1월 선정한 '골프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들'에 선수로는 대니엘 강, 샤이엔 우즈, 제시카 코르다, 넬리 코르다(이상 미국), 벨렌 모소(스페인) 등 5명이 이름을 올렸다.

대니엘 강에게 '몇 년 전에 이런 기사가 나왔었다'고 운을 떼자 그는 곧바로 "올해에요"라고 바로잡더니 "솔직히 예쁘다는데 안 좋아할 사람 있겠느냐"며 씩 웃어 보였다.

한국 음식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제육볶음, 김치찌개, 순두부, 팥빙수, 삼겹살, 간장게장"하면서 줄줄이 메뉴를 읊더니 "이걸 지금 6시간 사이에 다 먹어서 다이어트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때 한국 음식을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항상 찾게 된다"며 "햄버거 먹을래, 김치찌개 먹을래 하면 당연히 김치찌개"라고 딱 선을 그었다.

이번 대회 목표를 묻자 대니엘 강은 "꼭 우승해보고 싶은 대회"라며 "아마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메이저 제패, 솔하임컵 승리만큼 기쁠 것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모님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이기도 하고 또 우승을 한 번 해보니 그 느낌이 너무 좋고 행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니엘 강은 "한국에 사는 사촌 언니가 아기를 가져서 앞으로는 좀 더 자주에 한국에 와야겠다"며 또 행복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