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으로] 토지강제수용권 법적 한계는…"공정한 보상 없인 민간 재산 가질 수 없어"

수정헌법 5조 명시…공공 목적에 한해
이스트할렘 한인 드라이클리너 사태
"시정부, 보상금 감정 보고서 공개 거부"

뉴욕시의 토지강제수용권(eminent domain) 발동으로 맨해튼 이스트할렘의 한인 드라이클리닝 업소가 폐업 위기에 놓인 가운데 강제수용권의 법적 한계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이번 한인 업소 '팬시클리너스(Fancy Cleaners)'의 사례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건물주에 대한 보상만 이뤄졌고, 해당 건물에 입주해 있는 사업체에 대해선 시정부가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건물주에 대한 보상도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현실적인 보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토지강제수용권은 사실상 헌법(5조)에 보장된 정부의 권리다. 하지만 수정헌법 5조에는 "공정한 보상없이 민간 소유의 재산을 가질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즉, 공공의 목적을 위해 민간 소유 재산을 취득할 경우 반드시 보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공의 목적이란 도로나 공원, 공공셸터 등을 의미하지만 지난 2005년 연방대법원은 강제수용권과 관련된 재판(Kelo v. New London)에서 공공의 목적에 경제개발도 포함된다고 판시해 현재는 주로 재개발 사업에 강제수용권이 사용되고 있다. 이스트할렘의 한인 드라이클리닝 업소가 위치한 부지도 주상복합 재개발 사업 때문에 시정부가 강제수용권을 발동한 사례다. 또 퀸즈 윌레츠포인트 재개발 과정에서도 시정부는 강제수용권을 발동해 지역 상권을 매입한 바 있다.

뉴욕주 검찰에 따르면 정부가 강제수용권을 발동할 때에는 반드시 공정한 보상(fair compensation)을 하도록 돼 있다. 주 검찰 웹사이트에 게시된 질의응답식의 강제수용권 안내문에는 "공정한 보상은 시세에 맞는 수준이며, 개인간 거래에서 가장 높게 제시되는 금액을 의미한다"고 적시돼 있다.

또 만약 양 측이 보상 금액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감정 전문가를 채용해 합의를 도울 수 있다고 설명돼 있다.

그러나 이스트할렘 한인 업소 팬시클리너스의 경우에는 이런 '공정한 보상'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팬시클리너스 업주 데이먼 배씨에 따르면 시정부는 350만 달러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금액은 건물에 대한 보상이며 사업체 이전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배씨는 9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건물 소유주는 우리 부모님이고, 사업체는 내가 대표로 돼 있어 두 개의 별도 법인체"라며 "시정부가 제시한 350만 달러에 대한 감정 보고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법원에서 사업체 이전을 위해 61만여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3월부터 한 달 3만 달러에 달하는 렌트를 소급 적용해 30여만 달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350만 달러 보상 금액 자체도 터무니 없지만 많은 기계 설비와 시설을 필요로 하는 드라이클리닝 업소의 특성상 정부가 제시하는 보상 수준으로는 이전조차도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배씨는 이스트할렘을 포함해 총 3곳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두 군데는 드롭스토어이고 이스트할렘 매장에 드라이클리닝 설비가 돼 있어 이 곳이 사실상 핵심 사업장이다. 각종 기계와 시설 등을 설치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이전하려면 각종 드라이클리닝 사업 관련 허가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시정부는 지난 5일 주법원에 배씨의 사업체에 대한 강제 퇴거를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다. 본격적인 퇴거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한편, 지역 정치인들이 배씨의 사연을 접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토니 아벨라(독립민주콘퍼런스.11선거구) 주상원의원은 오는 12일 배씨를 만나 현황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아벨라 의원실이 이날 밝혔다. 아벨라 의원은 또 맨해튼 이스트할렘이 지역구인 로버트 로드리게즈(민주.68선거구) 주하원의원과도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협회 공동회장도 8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한인사회가 힘을 모아 정부의 이러한 무모한 관행을 저지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신동찬 shin.dongchan@koreadaily.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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