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위험천만한 벼랑끝 전술

위험천만하다. 북한 외교의 단골 메뉴가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이다. 그런데 미국이 지금 북한을 상대로 고강도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사실 벼랑 끝 전술은 냉전시대 당시 미국과 소련이 즐겨 쓰던 외교술이다. 마치 금방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말과 행동을 하면서 위기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통해 상대국의 양보를 최대한 끌어내는 수법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대표적인 벼랑끝 전술의 사례로 꼽힌다. 비슷한 용어로는 치킨 게임이 있다. 벼랑끝 전술이든 치킨 게임이든 원리는 같다. 한쪽이 먼저 물러나면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둘 다 물러나지 않으면 공멸할 수도 있다.

벼랑끝 전술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위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가야 한다. 행정부와 군부 최고위층은 의도적으로 위협적인 발언을 흘리고 언론은 이를 분석 보도한다. 그리고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한층 격상된 경고로 이어진다. 언론은 실제 상황일 경우 어떤 피해가 예상된다고 그래픽과 함께 상세히 보도한다. 상대국도 결코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친다. 두 나라 사이에는 전운이 감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전개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재임 당시인 1962년 옛 소비에트연방(약칭 소련)이 쿠바에 미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을 배치하자 미국은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소련은 미국이 쿠바를 점령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미사일을 철수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북한과 미국의 대치 상황은 이때와 전혀 다르다. 미국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날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는 물론이고 현재 완성 단계에 있는 개발 자체가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이 ICBM을 보유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지금도 쉽지 않은 북한을 상대하기가 훨씬 껄끄러워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제재를 넘어 이제는 마지막 수순인 군사적 대응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통한 대북 공격의 정당성 확보, '코피(bloody nose) 전략을 반대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주한 미국 대사 내정 철회, 한반도와 괌에 미국의 전략 자산 집중 배치가 진행되고 있다. 1일에는 주한미군사령부가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전투복을 주한미군 전원에게 지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관련 업체에 주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군의 조치는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이 포격전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병사들의 화상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는 이유들이다. 그러나 트럼프와 강경파가 생각하는 코피 전략이 파멸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까지 "북한에 제한적 타격을 가하는 코피 전략은 매우 큰 도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핵전쟁이 벌어지면 승자는 없다, 모두가 핵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다. 게임은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전쟁은 현세의 지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를 위한다며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평창올림픽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를 걱정해야 한다. 평화는 올림픽이 가져다주지 않는다. 전쟁이 없어야 평화다. 문재인 정부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부 김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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