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법률칼럼] 올림픽을 시청할 권리

장준환/변호사

미국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려면 선택지는 단 하나다. NBC다. NBC가 IOC에 9억 6,300만 달러를 내고 평창동계올림픽의 미국 내 독점 중계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올림픽은 으레 NBC를 통해서 보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NBC는 1992년 이후 올림픽을 거의 도맡아 중계 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리고 2032년까지의 모든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따낸 상태라고 알려졌다. 과거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미국에서 올림픽 경기를 보려면 NBC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NBC는 올림픽의 큰손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독점 중계권료를 치렀기 때문이다. 경기 후 선수와 곧장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방송사는 주관 방송사를 빼면 NBC가 유일하다. 얼마 전 NBC가 문재인 대통령을 KTX 열차 안에서 인터뷰한 내용이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 역시 미국의 올림픽 독점 중계 방송사 자격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NBC는 미국 시청자들을 고려해 아이스하키 경기 시간을 조정하거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소속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압박하는 등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다. 독점 중계 방송사가 없다. 같은 시간 똑같은 경기를 지상파 3사 중에서 골라 볼 수 있다. 어느 한 곳이 독점 계약을 하지 않고 방송 3사가 협력하여 IOC와 중계권료 협상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지상파 방송 한 곳이 자회사를 앞세워 독점 중계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경쟁 방송사뿐 아니라 여론의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공동 계약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 공공기관의 중재가 작용했다. 어떻게 보면 민간 영역에 대한 정부 개입이며 불공정한 담합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올림픽 중계권 협상 과정에서 널리 인정받는 관행이다. 유럽과 일본, 호주도 한국과 비슷한 방식을 취한다.

이것은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시민권 개념에 의해 뒷받침된다. 국민의 관심사가 되는 문화 행사나 스포츠 경기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자유롭게 TV로 시청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한국 법률은 올림픽의 경우 국민의 90%가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방송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기반을 갖춘 곳은 지상파 방송국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 한 곳이 독자적으로 계약을 추진한다면 중계권료가 치솟을 것이고, 독점 방송이나 중계권 재판매로 그 비용을 보전하려 한다면 시청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별도의 비용을 치르지 않고 TV로 올림픽을 즐기는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 받을 소지가 생기는 것이다. 그것을 막고자 공동 중계권 협상이 이루어진다.

올림픽 저작권, 특히 방송 중계권을 둘러싼 IOC의 권한은 막강하다. 차별적 콘텐츠를 소유하고 공급하려는 미디어 기업의 활동 또한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무소불위의 힘을 갖지는 못한다. 적어도 TV에서 만큼은 누구든 세계 시민의 축제를 부담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올림픽을 공짜로 볼 ‘권리’가 있다. ‘보편적 시청권’이 발전된 미디어 환경에 맞추어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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