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달라지는 미국인의 행복 척도

"100만 달러가 왜 필요해요, 14만 달러면 충분하죠."

성취, 부유함, 행복함 등의 추상명사는 그 바탕 자체가 매우 주관적이라는 것이 한계이자 매력이다. 세상에는 큰 부를 일군 사람들, 큰 부를 물려받은 사람들, 원래 부자인 사람들도 있지만 은행계좌가 마이너스만 되지 않는다면 그저 행복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잭팟이 터지거나 주식이 껑충 뛰어 대저택에 살지 않더라도 '성공했다' '행복하다' '누구도 부럽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미국인 2000여 명에게 물었더니 이들이 제시한 '성공 수입'의 평균은 연 14만 달러였다. 남가주 오렌지카운티의 4인 가정의 최저 생활비가 8만 달러 정도이니 사실 14만 달러의 연수입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소박한 것이다. 여론조사 참가자들 중 25%는 이미 14만 달러 이상을 벌고 있다고 했으니 더 많이 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존재한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일부는 100만 달러까지 벌고싶지 않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100만 달러를 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 셈이다. 그 만큼의 시간, 노력, 건강을 투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집도 평균 46만 달러의 가치라면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전체의 평균 주택값(24만 달러)의 2배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물론 억만장자가 되어 대저택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응답자들이 원하는 집 가치의 평균이 캘리포니아 평균 주택가격에도 못 미치는 것을 보면 이들의 성공 기준은 매우 소박하게까지 느껴진다.

오히려 이들 미국인들은 큰 집과 많은 주식, 호화로운 여행을 갈 여유보다 아이들 둘이 있는 단란한 가정을 희망했으며, 시간과 여유가 있다면 좀 더 많은 교육을 받고싶다고도 말했다. 주머니만 채우면 된다는 왜곡된 물질만능주의적 '아메리칸 드림'과는 사뭇 거리가 있었다. 쓸 만큼만 벌 수 있다면 적절한 수입에 오히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누리면서 살아야 '성공한 것'이라는 미국인들의 갈증이 엿보인다.

이런 바람은 가장 크게 휴가에서 나타난다. 현재 미국인들의 평균 휴가는 2.8주로 알려져 있는데, 해당 조사의 응답자들은 평균 5.8주의 휴가를 갈 수 있다면 '성공했다'는 표현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더 많이 쉬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방증이다.

최저 실업률에 공황을 빠져나온 미국인들이 소박해진 것일까. 그들이 바라는 것은 쓰지도 않을 돈을 계좌에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시간을 가족과 보내고 더 많은 지식을 배우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이제 진정한 행복과 성공의 척도를 다시 규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히려 미국인들은 성공의 기준을 '병원비 걱정 없는 살림', '친구나 가족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여유' '자선단체에 돈을 보낼 수 있는 여력' 등으로 꼽았다.

한인들은 무엇을 성공의 척도로 삼을까. 많은 돈? 큰 빌딩? 고급 차? 이민생활에 바쁜 한인들에게도 성공의 척도를 똑같이 묻는다면 옆집에 사는 미국인들과 같은 답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경제부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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