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대통령 구속과 평창올림픽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의 심판 대상이 됐다. 여기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렸다. 두 개의 사건은 별개지만 약간의 시간차를 거슬러 나란히 놓으면 하나로 이어지는 흐름이 보인다.

MB의 구속은 무언가의 끝이다. MB,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시기는 개발독재의 경제성장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지배했던 때였다. 사실 개발독재 시대의 끝없는 성장 신화는 IMF 사태로 끝났다. 이후 5년은 국가 파산 사태 수습에 정신이 없었고 그 뒤 5년은 어디로 갈 것인지 미래 방향을 놓고 충돌했다. 이후 한국의 주류는 다시 개발독재 성공신화로 가고 싶어 했다. 수명을 다한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모델이 필요했지만 그 길을 모색하는 것은 낯설고 멀었지만 성공의 달콤한 기억이 생생한 옛날 모델로 복귀하는 것은 훨씬 쉬웠다. 마침 IMF로 줄어든 살림살이와 불안한 미래에 초조한 마음은 이명박-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잘살고 싶은 욕망은 탓할 수 없다. 문제는 방법까지 돌아갔다는 데 있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성취했다는 한국은 물질적 성취에 더 몰두했고 그때까지 쌓아 올린 가치에는 소홀했다. 법에 따른 절차와 합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추상적 가치에 눈감고 나니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운하를 파느라 세금을 낭비하고 행정과 정치는 음모극으로 변질됐다.

국가 파산 사태를 수습한 뒤 미래 방향을 놓고 충돌하느라 시끄럽긴 했지만 편리하게 과거로 돌아가는 대신 그 소란스러운 충돌을 계속했다면 10년이 지나기 전에 생산적인 대안을 마련했을 법도 하다. 소란스러웠던 평창올림픽이 메달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를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

평창올림픽은 무언가의 시작이다. 겉으로는 메달이지만 성공과 경쟁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의 시작이다. 맨 먼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서 국가가 결정하면 개인은 따른다는 태도가 바뀌었다. 개인의 이익도 국가의 이익 못지않게 중요하며 개인의 의견을 묻는 절차도 중요해졌다. 덕분에 국가 간 스포츠 대결에서 "메달을 못 따도 괜찮아"라는 말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금메달 지상주의의 절정이었던 서울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따도 고개를 숙였다. 당시 방송에는 "우리 선수단은 오늘 금메달 하나를 아깝게 놓치긴 했습니다만…"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서울올림픽에서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8kg급에서 은메달을 딴 김성문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 '금메달 하나를 아깝게 놓친' 은메달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은메달을 따고도 굳은 얼굴로 인터뷰를 했다. 지난해에도 "리우올림픽에서 '노 골드'에 그친 유도의 부진은 세계선수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라는 기사가 보이니 금메달 집착은 대단하다.

김연아는 2011년 이런 태도를 반박했다. "2등을 했는데…축하한다는 말을 한마디도 못 받았어요. 저는 그게 정말 어이가 없는 거예요. 저는 2등도 했고 경기 다 끝나서 기분도 정말 좋았는데…1등과 2등은 완전 1등과 꼴등 같은 취급을 받는다. 저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좀 들었어요."

평창에선 바뀌었다. 금메달도 기쁘고 동메달도 기뻤다. 심지어 노메달도 기뻤다. 선수도 그랬고 관중도 그랬다. 이런 면에서 평창은 모두가 가장 행복했던 올림픽이었을 것이다.

금메달은 기쁜 일이고 박수를 받아야 한다. 동시에 땀 흘리고 최선을 다한 뒤 정해진 규칙 안에서 투명하게 경쟁해 나온 모든 결과는 박수를 받아야 한다. 10년 전 한국이 평창의 태도를 미래의 방향으로 잡았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MB는 구속됐을까.

안유회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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