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입맛에도 착 달라 붙는 멕시코 요리

멕시코 음식 기행
7모작 가능 옥수수, 주식으로 삼아
토르티야에 고기·채소 얹어 먹고
테킬라·라임·토마토주스 함께 마셔

옥수수 가루 반죽을 얇게 편 뒤 화덕에 구우면 완성되는 토르티야는 멕시코인의 주식이다.[중앙포토]
토르티야로 속 재료를 감싸 즐기는 부리토.[중앙포토]
멕시코 식탁에 빠지지 않는 과카몰레 소스.[중앙포토]
유네스코는 나라를 대표하는 유·무형 자산을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멕시코에서는 먹고 마시는 것만으로도 유네스코 유산 기행이 된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멕시코 음식 문화(2010)는 인류무형유산에, 멕시코 전통주 테킬라(2004) 세계문화유산에 올라 있어서이다. 최근 멕시코에서 식도락을 즐기고 왔다. 한국인 입맛에도 착 달라붙었다.

'옥수수로 인간을 빚었다' 믿어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1시간 거리의 고대 도시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에는 피라미드 두 기가 도도하게 빛나고 있다. 피라미드라고 하면 이집트를 떠올리겠지만, 멕시코 역시 피라미드의 나라다. 전국에 피라미드 10만 기가 산재했다. 여행을 안내한 이창준 가이드는 "옥수수가 이 거대한 문명을 잉태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1902~85)은 아스텍·마야 등 멕시코 문명의 근저에 풍족한 식량 자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로 옥수수죠. 멕시코에서는 옥수수 7모작도 가능합니다."

이 땅의 사람들이 얼마나 옥수수를 중시했는지, 심지어 마야인은 신이 옥수수로 인간을 빚었다고 믿었단다. 지금까지도 멕시코 사람들이 주식으로 삼고 있는 것이 이 성스러운 곡식 옥수수다. 옥수숫가루를 반죽해 넓적하게 구운 토르티야를 밥처럼 먹는다. 토르티야를 화덕에 굽는 장면을 멕시코 저잣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토르티야에 고기·채소 등 온갖 재료를 얹는데 반죽을 여미지 않으면 타코(Taco), 완전히 여미면 부리토(Burrito)라는 이름이 붙는다.

속 재료로는 못 먹는 것 빼놓고 다 넣는다. 가장 별난 속 재료를 서부 항구도시 라파스(La Paz)의 레스토랑 비스마르크(Bismark)에서 맛봤다. 1968년 노점으로 개장한 가게인데 지금은 번듯한 레스토랑이다. 현지인이 즐겨 찾는 식당으로 인기 메뉴는 랍스터를 넣은 부리토다. 짭조름한 랍스터 살과 구수한 토르티야가 조화로웠다. 간장게장에 밥을 비벼 먹는 것처럼 바다 향이 났다. 부리토 대여섯 개가 2만원꼴이었지만 돈이 아깝지 않았다.

여기에 과카몰레를 얹어 먹었다. 토마토·아보카도·양파·고추 등을 한데 섞은 소스다. 멕시코 레스토랑에서는 과카몰레가 우리 김치처럼 기본 찬으로 깔리는 경우가 많다. 옥수수·토마토·아보카도·고추의 원산지인 멕시코에서는 이들 재료에 대한 인심이 후하다. 내가 부리토인지 부리토가 나인지 모르게 삼키고 있자니 마야인처럼 인간은 어쩌면 옥수수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토마토·아보카도·고추의 원산지

라파스가 속한 바하칼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 반도는 연중 340일이 화창하다. 거친 사막이지만, 황량한 중동의 사막과는 달리 온갖 식물이 산다. 현지 여행업체를 통해 사막 투어를 체험했다. 키가 20m까지 자라는 카르돈 선인장이며, 오이지처럼 절여 먹는 노팔 선인장 등 생경한 사막 식물을 가이드 펠릭스가 알려줬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아가베(agave)였다. 우리말로는 용의 혀처럼 생겼다고 해서 '용설란'이라고 부르는데, 잎사귀가 두툼한 게 알로에와 똑 닮았다. 아가베로 만든 술이 멕시코 대표 술 메스칼(mezcal)이다. 중부 할리스코(Jalisco)주의 한 마을에서 만든 메스칼은 마을 이름을 본 따 따로 부른다. 우리가 아는 그 이름, 테킬라다.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역의 스파클링와인만 콕 집어 샴페인으로 칭하는 것과 비슷하다.

펠릭스는 "스페인 식민지배가 없었다면 멕시코에 테킬라는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멕시코 원주민은 아가베를 발효한 탁주 '풀케'를 즐겼는데, 1521년 스페인 정복자와 함께 멕시코로 건너온 선교사들이 풀케를 증류해 테킬라를 만들었다. 스페인에서 가져온 브랜디(와인 증류주)가 동나자 예배에 쓸 술을 자급자족한 것이다.

스페인은 강점 200년 만에 멕시코에서 물러갔지만, 테킬라는 남았다. 멕시코 사람들은 테킬라를 도리어 독립의 상징처럼 즐기는 모양새다. 테킬라(흰색)를 라임 주스(녹색), 토마토주스(적색)와 함께 마신다. 멕시코 국기를 연상시키는 색 조합이다. 이 세트를 가리켜 깃발을 뜻하는 스페인어 '반데라(Bandera)'라고 부른다. 알싸한 테킬라를 입에 머금었다가 상큼한 라임 주스로 혀를 축이곤 재빨리 짭짤한 토마토 주스로 목구멍을 달랬다. 궁합은 좋았지만 연거푸 마셨더니 금세 핑글핑글 돌았다.

멕시코 전통주와 스페인 증류법이 만나 테킬라가 탄생한 것처럼 멕시코에서는 뭐든 얽히고 섞였다. 고대 피라미드 옆에 스페인식의 성당이 있고, 타코에는 미국 콜라가 따라왔다. 그렇게 흐릿한 경계가 좋았다.

양보라 bora@joongang.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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