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통일을 앞당기는 예술

성급한 판단이나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겠지만,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것은 사실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다양한 교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교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차원에서의 다양한 문학, 전시, 공연 등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대로 된 통일의 핵심은 문화예술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정치적, 군사적 통일이 이루어진다 해도, 마무리는 역시 문화의 몫일 수밖에 없다. 민족 동질성을 회복 강화하고,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하나로 이어 아물게 해야 하니까.

통일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고 통일 후의 후유증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마음이 통하는 문화적 교류일 것이다. 참 통일은 밑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음악과 미술의 역할이 눈길을 끌었다. 남과 북의 공연단이 남과 북을 오가며 공연을 했고, 정상회담장을 장식한 그림들이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시작일 뿐이다. 이제부터다.

지금 우리 겨레가 직면하고 있는 통일이나 분단의 아픔 같은 문제를 생각하면 매우 답답해진다.

다산(茶山)의 시론(詩論)에 "시대를 근심하며 함께 아파하지 않는 시는 참된 시가 될 수 없다"는 가르침이 있다. 어디 시만 그럴까?

거듭 강조하지만, 오랜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기 위해 정서적으로 하나 되고,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는 바탕을 마련하는 일은 문화 예술의 몫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난 2008년 2월, 뉴욕 필하모니가 평양 공연에서 로린 마젤의 지휘로 연주한 아리랑이다. 미국의 대표적 교향악단이 한민족의 심성을 대변하는 아리랑을 북한의 심장에서 연주한 것이니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평양, 뉴욕 필하모닉, 아리랑… 이런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감동이 극대화된다. 이런 뭉클한 자리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마에스트로 정명훈도 남북한이 합동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연말마다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공연하고 싶다는 꿈을 오래 전에 밝힌 적이 있다. 북한 당국과 합의를 보았다는데,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모든 인류가 형제 되리"라고 노래한 대시인 쉴러의 가사와 베토벤 말년 불굴의 의지가 마지막 악장에서 만나는 명곡! 정명훈의 지휘로 남북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합창교향곡을 들으면 저절로 눈물이 흐를 것 같다.

미주 한인사회가 조국통일을 앞당기는데 보탬이 될 일은 없을까를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에 사는 동포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북한 여행을 할 수 있고, 자기 생각을 밝히는 데도 비교적 거리낌이 없을 테니, 할 수 있는 일도 그만큼 많을 것 같다.

앞장서서 우쭐대는 주인공 노릇은 어렵겠지만, 뒤에서 묵묵히 심부름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일이야 너무 많겠지.

장소현 / 극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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