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당당한 신태용 “외신기자 질문도 받아봅시다”


신태용 감독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연습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저기 외국분이 손 들고 있네요. 질문 한 번 받아봅시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을 끝내려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를 제지했다. 기자석 한복판에 자리 잡은 러시아 기자 두 명이 애타게 손을 들고 질문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대표팀이 안팎으로 총력전을 펴고 있는 상황이지만, 신 감독은 미디어의 질문까지 차단하진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보여줄 것과 가릴 것을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외신기자는 대표팀이 베이스캠프로 정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 만족도를 궁금해했다. 그라운드 컨디션과 호텔 상황, 기온 등에 대해 꼼꼼히 질문했다. 신 감독은 “베이스캠프로 낙점한 이후 호텔측에서 적극적으로 리노베이션을 해줘 숙소에 문제가 없다. 그라운드 또한 아직까지 훈련을 해보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신태용 감독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연습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또 다른 외신기자가 “첫 경기 결과가 이번 대회 성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가”라며 재빨리 추가 질문을 던지자 신 감독은 큰 고민 없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 마디로 잘라 정리했다.

축구대표팀은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 1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했다. 월드컵 본선 개막을 코 앞에 둔 만큼, 주변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40여 명 수준이던 국내 취재진이 100여 명으로 늘었고, 훈련장을 방문한 외신 기자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신 감독은 포백과 스리백 중 스웨덴전 전형을 확정했는지 묻는 질문에 “내 결정은 경기장에서 확인하는 편이 좋겠다. 힘들게 만들어온 내용들을 지금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앞선 두 번의 평가전 결과(볼리비아전 0-0무ㆍ세네갈전 0-2패)가 좋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경기 결과보다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전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했다. 가장 중요한, 조직적인 부분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내 구상대로 이뤄졌다”며 나름 의미를 부여했다.

신태용 감독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연습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오스트리아에서 전술의 뼈대를 세웠다면, 러시아에서는 세부적으로 다듬어가겠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신 감독은 “내일(14일)부터는 부분 전술을 만져 조직력을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부분적인 세트피스도 집중적으로 연마하겠다”고 했다.

앞서 스웨덴 감독이 “한국에 대해 분석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거짓말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이라해도 상관 없다. 스웨덴에 경기 잘 하라는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며 유쾌하게 받아쳤다.

축구대표팀은 13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오픈 트레이닝 행사를 진행했다. 250여 명의 팬들이 몰려 우리 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봤다. 내ㆍ외신 기자 120여 명도 함께 했다. 대표팀은 14일부터 본격적인 조직력 향상 훈련에 나설 예정이다. 아래는 신태용 감독 일문일답.

-스리백과 포백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결정이 됐나.
“포지션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 이제까지 힘들게 준비했던 부분이고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다. 힘들게 만들어온 부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어렵다. 23명 중에서 11명을 고른다는 원칙만 있다.”

-백야 현상이 있는데, 선수들의 몸 관리는.
“오스트리아에 있을 때도 늦게까지 떠 있었고, 아침 일찍 해가 떴다. 오스트리아보다도 늦게 어두워지고 일찍 밝아지기 때문에 선수단 숙소 방마다 햇빛을 차단하는 막을 설치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전혀 문제가 없었다. 선수들의 생체 리듬이 전혀 깨지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8일 스웨덴전을 감안해서 일정을 타이트하게 가져간 점이 있었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이후에 휴식과 컨디션 유지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어제 23명 전원에게 컨디셔닝 마사지를 해서 선수들의 피로가 풀렸다.”

-두 번의 평가전 결과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는데, 남은 기간 집중할 부분은.
“볼리비아전은 분위기를 타기 위해 이기고 갔어야 하는데 아쉽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볼리비아전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더라도 평상시처럼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몸이 조금 무거운 상태에서 평가전을 치르다보니 아쉬운 결과가 있지만, 조직적인 전술로 팀을 만들어간 건 내 구상대로 진행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부분전술을 만져서 조직력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내일부터 그 부분을 시작하겠다. 조직적인 부분, 부분 세트피스 등을 집중적으로 만들겠다.”

-훈련장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스웨덴 감독이 ‘한국 영상 분석을 안 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처음에 왔을 때 가림막이나 차단막 같은 것을 이야기했을 때 주위가 군사시설이라서 일반인들의 출입이 안 된다고 해서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잠깐 오면서 잔디를 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그라운드 사정은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스웨덴에서 우리 팀을 분석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라 생각한다. 우리도 스웨덴은 전혀 신경쓰지 않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스웨덴 감독이 어떤 의도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경기 잘 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일부터 부분전술 훈련을 시작한다는데, 23명 모두 똑같이 훈련할 수 있나.
“이용 정도만 50대 50 정도다. 나머지는 전원 참가가 가능하다. 이용도 오늘까지만 가볍게 훈련하고 내일부터는 훈련 강도를 높이는 부분을 고민해야할 것 같다.”

-베스트일레븐이 실전에 가동되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실질적으로 베스트일레븐이 스웨덴전을 준비해서 경기에 뛴 적은 없다. 하지만 그에 맞게 80~90% 정도는 만들어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훈련 마지막에는 베스트일레븐을 만들어서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스웨덴 훈련장이 뻥 뚫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도 지금에 들었기 때문에 생각해보지 않았다. 도와줄 분들이 있다면 가서 사진과 영상을 찍어서 보내주면 감사하겠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에게 어떤 점을 요구하는가.
”한 경기 한 경기마다 뛸 수 있는 선수는 14명 뿐이다. 나머지 9명은 벤치에 앉아야 하는데, 경기에 나가지 않는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힘들 수도 있지만, 그런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누구라도 경기장에 나서면 100% 그 이상을 보여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스웨덴을 이길려면 골을 넣어야 하는데, 최근 평가전에 골이 없었는데.
“스웨덴은 수비라인이 견고하고 피지컬이 뛰어나기 때문에 두줄 수비를 세우면서 중앙을 지킨다. 우리가 득점할 수 있는 확률도 낮을 수 밖에 없지만 그걸 깨기 위해서 영상도 보고 눈으로도 확인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공유하면서 훈련을 하고 있다.”

-평가전을 보면 조현우가 나왔는데
“경쟁의 일환이다. 세 명 중에 어느 누가 나오더라도 자기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준비된 선수가 기회를 얻을 것이다.”

-전력 분석을 스웨덴에 초점을 맞췄는데, 나머지 경기에 대한 준비는.
“스웨덴에 모든 것을 올인했다. 멕시코는 스웨덴전을 마친 뒤에(분석하겠다). 멕시코는 스웨덴과 동일하게 준비해왔다. 독일은 1,2차전이 끝나고 나면 분석하기도 더 용이하다는 생각 때문에 제쳐놓았다. 독일이 월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조별리그 두 경기를 치러보면 오히려 분석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역대 월드컵에서 1차전에 올인하다가 2차전에 힘들었던 경험이 많은데.
“한 경기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고 세 경기를 하기 때문에 2차전에는 좀 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만큼 잘 준비하겠다.”

-스웨덴 최전방 투톱 베리와 토이보넨에 대한 평가는.
“두 선수는 신체적인 조건이 뛰어나기 때문에 개인 기량이 스피드보다는 높이에서 잘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수비라인이 혼자가 아니라 힘을 모아서 세컨드볼을 관리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외국기자 질문) 그라운드 상태와 호텔 상황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베이스 캠프로 정하는 과정에서 세 번 정도 와서 직접 보고 결정했다. 호텔도 우리가 오기 전에는 걱정이 있었는데, 우리가 들어오기로 결정한 이후에는 호텔 측에서도 리노베이션을 잘 해줬다. 지금 훈련장은 내가 처음에 왔을 때 바닥을 깔고 있었고, 두 번째는 눈이 와서 보지 못했는데, 그라운드 상태는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날씨도 좋고 호텔에서도 많은 신경을 써주고 있고, 그라운드도 눈으로 보기에는 좋아보인다.”

-(외국기자 질문) 첫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가.
“가장 중요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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