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北 식당종업원 집단탈출, 유엔 권고대로 진상 조사하자

(서울=연합뉴스) 방한 중인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이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2년 전 한국으로 집단 탈출한 종업원 문제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규명을 우리 정부에 촉구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이들 종업원의 북한 송환 문제를 놓고도 "철저히 그들 자신에 내려야 할 결정이며, 그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자들은 중국 저장 성 닝보시 소재 북한 류경식당에 일하다 2016년 4·13 총선 직전 한국으로 단체 탈출한 북한 국적자 13명으로, 남성 지배인 1명과 여성 종업원 12명이다. 북한 종업원들의 한국행을 알린 당시 정부 발표는 공교롭게도 20대 총선을 엿새 앞둔 시점에 나왔다. 이 때문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일각에서는 탈출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기획 탈북'이란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부는 이를 단호히 부인했다. 그러다 2년 후인 지난 5월 국내 한 방송이 여종업원들의 탈출은 자의가 아니라, 한국으로 탈출을 원한 식당 지배인이 현지 국가정보원 직원의 요구에 따라 종업원들을 협박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기획 탈북 의혹이 재점화했다. 민변은 지난달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정모 국정원 해외정보팀장 등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앞서 북한도 지난 1월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탈북 종업원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문제 삼았다.

민변이나 방송의 주장처럼 북한 종업원들의 한국행 탈출이 당시 정부와 정보기관의 공작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면 엄청난 파문에 예상된다. 방한 기간 북한 종업원들 일부를 직접 면담하기도 한 킨타나 보고관은 "종업원들과 인터뷰한 결과 한국에 오게 된 경위에서 여러 가지 결점이 있음을 파악했다"면서 이들 중 일부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한국에 왔다고 진술한 사실을 소개했다. 말 그대로라면 여종업원들은 자신들의 행선지가 어디인지 모른 채 식당을 탈출한 셈이 돼 모종의 공작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칸타나 보고관이 "종업원들이 중국에서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납치된 것이라면 범죄로 간주해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가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범상치 않은 발언이다.

북한 여종업원들의 한국행에는 석연찮은 점이 많다. 그 때문에 국내 갈등이 크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장애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킨타나 보고관의 권고대로, 이제 정부가 철저하고 독립적인 기구를 꾸려 이들의 한국행 진상을 엄정하게 조사해 국민에게 결과를 공개해야 할 시점이다. 탈출이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보기관의 총선을 앞둔 '북풍 공작'으로 드러나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반대로 기획 탈북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를 제기한 측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다만, 어느 경우든 종업원들의 북한 송환 문제는 유엔 보고관이 강조한 것처럼 그들 자신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결정해야 한다. 북한에 남은 종업원들 가족에게 어떤 해도 미치지 않도록 당국이 세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유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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