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메모리 반도체 공습…“삼성보다 속도 빠른 기술 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공습이 시작됐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반도체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반도체 콘퍼런스에서 내년 32단 3D 낸드플래시(이하 낸드)를 시장에 풀겠다고 선언했다. 독자적인 3D 낸드 양산 기술도 발표했다.

YMTC는 7일(현지시각) 미국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에서 32단 3D 낸드 시제품을 선보였다. 오는 10월 본격적인 시험 생산에 돌입하고 내년 대량 생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YMTC는 지난해 3D 낸드 기술을 공개하면서 1년 후인 올 연말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했었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인 중국의 ‘자체 생산’ 선언에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술렁였다. 하지만 업계에선 쉽게 양산에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내부. [삼성전자]

당시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관련 기반이 전무한 상태였고, YMTC는 2016년 설립된 신생 업체였다. 예상을 깨고 YMTC는 설립 3년 만에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를 시장에 쏟아낼 예정이다. YMTC는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로, 보조금?세제 혜택 등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업계에선 이미 YMTC의 기술이 64단 3D 낸드까지 발전했다고 본다. 64단 3D 낸드 시제품을 생산해 자국 IT업체를 대상으로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억?저장 기능을 담당하는 낸드와 D램은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다.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낸드 시장을 먼저 노리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은 4세대인 64~72단 3D낸드다. YMTC가 내년 양산에 나서는 2세대 32단 3D 낸드와는 수요가 다른 시장이다. 낸드는 회로를 쌓아올리는 ‘단’수가 커질수록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 하반기엔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다. YMTC가 32단 3D 낸드 기술 발표 후 양산까지 걸린 기간이 1년 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속도라면 연초 시제품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64단 3D 낸드를 내년 연말 양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현재 한국과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 차이를 3~4년 정도로 본다. YMTC가 양산에 나서는 32단 3D 낸드는 삼성전자가 2014년 8월 선보인 제품이다. 64단 3D 낸드는 2016년 12월 양산이 시작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96단 3D 낸드, SK하이닉스는 72단 3D 낸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YMTC는 이번 반도체 콘퍼런스에서 독자적인 3D 낸드 양산 기술인 ‘엑스태킹’(Xtacking)도 소개했다. 양스닝 YMTC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 업체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1Gbps이고 업계 최고 수준이 1.4Gbps”라며 “엑스태킹 기술을 사용하면 3Gbps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보다 2배 빠르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기술 구현이 어렵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낸드 제조엔 웨이퍼(기판) 1개를 사용하지만, 엑스태킹은 웨이퍼 2개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공정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의미다. 최재성 극동대 반도체장비공학과 교수는 “칩 두 개를 하나로 연결하는 공정이 추가돼야 하는데 비용뿐 아니라 생산시간도 늘어나 수율을 낮아져 양산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엑스태킹 기술의 신뢰성과는 무관하게 중국의 낸드플래시 추격 속도는 위협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가시화하는 중국의 공습을 따돌리고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재근 한양대 전자융합공학부 교수는 “인공지능(AI), 5G, 클라우드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 시대에는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막대한 자원을 등에 업은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압도적 기술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시에 30조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라인을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15조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시에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다. 최근 경계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부사장)은 “V낸드 라인업을 확대해 차세대 메모리 시장 변화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 협력업체·학계와 연계도 강화한다. SK하이닉스는 ‘기술혁신기업’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전담 조직(TF)을 만들어 기술혁신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에 연구개발·제조·구매까지 지원한다. 삼성도 현재 연간 400억원 규모인 산학협력을 연 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을 8일 밝혔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중국과의 격차 벌리기에 공을 들이는 동안, 정부는 상대적으로 뒤처진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에 나선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10년간 (반도체 산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달 31일엔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를 출범했다. 기술개발?투자유치?마케팅 등 창업부터 성장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스타트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관심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10년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었다. '반도체 산업=대기업 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반도체 연구개발(R&D) 지원(신규 프로젝트)은 2100억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지원 사격에 나섰지만, 이전의 '나눠먹기식' 보조금 지원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장비업체인 쎄믹스의 유완식 대표는 “당장 낚시 그물이 좀 좋아진다(보조금 지원)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더 나은 고기 잡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세지고 있는 중국의 국내 인력 영입에 대한 단속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 핵심기술'인 반도체 업계 종사자는 해당 기업 퇴사 후 동종 업종에 2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하지만 관련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인력 유출은 곧 기술 유출인 만큼 중국의 추격이 코앞까지 온 상황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 인재가 퇴사 후 경쟁사 대신 갈 곳을 마련해 선택지를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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