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여성들, 트럼프 울렸다…여성 하원의원 첫 100명 돌파

직전 84명 기록 갈아치워, 80명이 민주당
출구조사 여성 59% 민주-39% 공화 지지
경제보다 '오바마케어'폐지 최대 이슈 꼽아
트럼프 일방주의, 분열의 정치에 경고장
탄핵소추권 확보불구 트럼프 뒷조사 집중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과 관세ㆍ무역 등 내ㆍ외치 국정기조였던 아메리카 퍼스트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국민들은 그의 집권 2년 만에 의회 권력의 절반인 하원을 8년 만에 민주당에게 넘겨줬다. 트럼프 유세의 단골 조롱 대상이던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가 2007~2011년에 이어 미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다시 맡게 됐다.

NBCㆍCBSㆍABC와 CNN방송이 6일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38%는 하원 선거에 투표하는 이유를 ”트럼프에 반대해서“라고 꼽았다. 반대로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26%였다. 56%는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으며, 77%는 "국가가 과거보다 훨씬 분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공공연히 조장해온 남ㆍ녀 성별, 인종, 이민자에 대한 분열의 정치에 미 국민이 옐로카드를 던진 셈이다. 트럼프식 일방주의에 대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이날 “정치가 너무 지저분하고 저급하다”며 “태생주의와 가짜 애국주의, 인종주의를 이제 멈추고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민은 중간선거 최대 이슈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세운 경제보다 건강보험, 이민 문제를 더 중시했다. 유권자 42%가 출구조사에서 최대 이슈로 건강보험을 꼽았고, 이민은 23%, 경제는 3순위인 22%였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분기 4.2%라는 기록적인 성장에 이어 3분기에도 3.5% 성장률과 실업률 3.7%라는 사실상 완전고용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케어 폐지를 걱정했다는 뜻이다. 공화당 현역 의원들은 “국민 의무가입을 규정한 ‘오바마 케어(적정건강보험법)’를 폐지하면 기존 질환이 있는 사람은 민간 보험을 들 수도 없다”는 항의에 시달렸다.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초반부터 지역선거가 본질인 중간선거를 자신에 대한 찬ㆍ반 투표로 전국선거로 만들었다”며 “거꾸로 민주당 후보들은 지역 이슈와 트럼프의 오바마 케어 폐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정작 오바마 자신은 2010년 의료보험 의무 가입을 규정을 담은 법안에 반발한 공화당 티파티 세력에 하원에서 63석을 잃는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8년 만에 오바마 케어가 민주당에게 하원을 안겨준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혐오 조장에 분노한 ‘핑크 웨이브’도 민주당의 하원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여성 의원이 직전 기록인 84명을 갈아 치우며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이중 민주당 의원만 80명이다. 여성 상원의원 11명, 주지사 9명도 새로 선출됐다.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도 트럼프 지지 백인 남성을 뛰어 넘었다. 출구조사에서 투표장에 나온 여성 유권자의 59%가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혔다. 39%만이 공화당 지지자였다. 남성은 공화당 지지가 51%, 48%가 민주당 지지자여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이번 중간선거로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확보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소추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탄핵심판권을 가진 상원을 공화당이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차기 하원의장에 유력한 펠로시 원내대표도 하원 승리 일성으로 "초당적 협력"을 얘기했다. 그는 "오늘의 결과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헌법의 견제와 균형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슈멀 교수는 이에 대해 “민주당이 상원에서 저지될 게 분명한 상황에서 탄핵안을 발의하는 건 가망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하지 않고 있는 본인의 세금 환급 내역이나 가족의 기업 경영과 관련한 각종 의혹 조사에 보다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도 이런 싸움은 좋아하기 때문에 2020년 대선까지 대통령과 민주당 하원의 전투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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