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휴전중 中 등에 칼꽂다···화웨이 창업주 딸 체포 파문

“이란 제재 위반” 캐나다 경찰 동원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 정조준
중국 “엄중한 인권 침해” 강력 항의

중국 상하이의 화웨이 대리점 앞을 6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90일간 휴전’에 합의한 지 불과 닷새 만에 미·중 간 긴장 관계가 재점화됐다.

화살은 미국이 당겼다. 중국 ‘기술 굴기(?起)’의 상징 기업인 화웨이를 정조준했다.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은 캐나다 사법당국이 미국 측 요청으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46) 이사회 부의장을 체포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멍 부의장은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74) 회장의 딸이며,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맡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 국제 공조까지 하며 멍 부의장을 체포하자 시장은 ‘휴전’의 진의를 의심하며 요동쳤다.

6일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2.47%(663.30포인트) 내린 2만6156.38포인트로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68%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는 1.55%(32.62포인트) 내린 2068.69에 장을 마쳤다.


WSJ는 “멍 부의장이 지난 1일 밴쿠버에서 체포됐으며 미국에 인도될 예정”이라는 이언 매클라우드 캐나다 법무부 대변인 발표를 전했다.

1일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에서 정상회담 겸 만찬을 한 날이다. 두 정상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만난 날 미 사법당국은 멍 부의장 체포 계획을 수행한 것이다.


멍완저우
멍 부의장 체포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주중 캐나다대사관은 이날 “미국과 캐나다의 어떤 법률도 위반하지 않은 중국 국민을 캐나다 경찰이 미국 요구에 따라 체포한 것은 엄중한 인권 침해 행위”라며 “중국은 단호한 반대와 강렬한 항의를 표한다”고 발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미 캐나다와 미국에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며 “미국과 캐나다는 즉시 체포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당사자를 즉시 석방하며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익을 전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멍 부의장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혐의와 관련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북한 등에 통신장비 공급을 금지하고 있다. 미 정부는 이 같은 제재를 어기고 화웨이가 이란과 다른 국가들에 장비를 판매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지난 4월 미 당국의 수사 사실이 보도되자 중국 정부는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며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화웨이의 미국 내 비즈니스를 제한하는 조치를 해왔다. 2012년 화웨이 장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의회 보고서를 근거로 화웨이와 중국 장비업체 ZTE에 대해 미국 내 통신망 장비 판매를 금지했다.

최근에는 다른 나라도 동참하도록 요청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미 정부기관의 화웨이·ZTE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NDAA)에 서명했다.


최근엔 미 정부가 독일·이탈리아·일본에서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 중지를 설득하고 나섰다는 보도(WSJ)가 나왔다. 이미 지난 8월 호주 정부는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공급을 제한했고 지난달 뉴질랜드가 이에 동참했다.

5일 영국 통신회사 브리티시텔레콤(BT)도 화웨이를 5G 네트워크 사업에서 제외하는 한편 3G, 4G에서 사용한 화웨이 장비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세 나라 모두 ‘다섯 개의 눈(Five Eyes)’으로 불리는 미국의 1급 동맹국이다.


멍 부의장은 1993년 화웨이에 입사했다. 98년 중국 대학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재무통으로 성장했다. 국제회계팀과 경영전략팀에서 경영 수업을 받으며 그룹 후계자로 떠올랐다.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를 따라 성을 ‘멍’으로 바꿨다. 멍 부의장 남편 쉬원웨이(徐文偉·55)도 화웨이 이사회 멤버다.

박현영·강혜란 기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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