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국경 토지 소유주들 "땅 안 팔아"

리오그란데강 주변 주민들
"조상 대대로 삶의 터전"
장벽 건설 반대 소송 준비

멕시코 티후아나와 접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남부 국경에 지난 9일 새로운 철제 장벽을 세우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공사는 기존에 슬레이트로 돼 있던 장벽을 튼튼한 철제 펜스로 교체하는 것이다. [A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서라도 멕시코 국경장벽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가운데 국경장벽 건설 예정 부지에 포함된 텍사스주 토지 소유주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며 소송으로 맞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영방송 PBS는 10일 텍사스주에서 미국과 멕시코를 분리하는 리오그란데강 주위 토지 소유주들이 연방정부가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조치를 취할 것에 대비해 변호사를 고용해 정부와의 법적 싸움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텍사스 국경지역 토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다음달부터 장벽 건설을 시작하는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연방의회는 지난해 3월 텍사스 국경 33마일 구간에 장벽과 펜스를 설치할 수 있는 예산을 승인했고 이에 따라 정부가 리오그란데 밸리의 사유지를 가로지르는 장벽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장벽 건설 부지에는 19세기에 지어진 라 로미타 성당도 포함돼 있다.

리오그란데강 주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엘로이사 카바조스는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땅을 팔지 않을 것이다. 이건 돈 문제가 아니다. 여러 대에 걸쳐 살아온 삶의 터전"이라고 역설했다.

카바조스 가족의 토지는 64에이커 정도 되는데 60년 전 할머니가 처음 사들여 그곳에 커다란 헛간과 소떼와 염소를 위한 우리 그리고 강으로 이어지는 갑판을 만들었다. 엘로이사의 오빠 프레드는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지만 지금도 그 갑판에 앉아 낚시를 하곤 한다.

땅의 일부는 1년에 1000달러 정도의 적은 돈만 받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줘 그들이 그 곳에 작은 집을 짓거나 트레일러를 갖고 와 살고 있다. 엘로이사는 "이 땅에 장벽을 세우면 이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지 소유주들 외 성당이 속한 가톨릭 교구, 환경단체들도 장벽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라 로미타 성당의 로이 스나이프스 신부는 "성당이 리오그란데강 바로 앞에 있어 국경수비대가 인근에 감시 초소를 지으려고 한다"며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는 성당과 감시 초소가 함께 있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설명했다.

1865년에 세워진 이 성당은 지금도 지역 가톨릭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결혼과 장례식, 팜선데이 행진 등을 위해 2000여 명의 사람이 모인다. 그는 또 "이곳 물은 아직도 맑고 깨끗한데 장벽 건설은 독을 푸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성당은 연방정부의 토지 조사 요구에 불응하며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소송을 당한 상태다.

PBS는 현재 승인된 예산은 33마일 구간 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대로 57억 달러가 승인되면 장벽 건설 구간은 리오그란데 밸리 104마일에 인근 라레도 지역 55마일을 포함해 215마일이 새로 추가된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토지 소유주들이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12월 불법 밀입국 시도 중 국경에서 체포된 가족 단위 이민자가 2만7518명으로 역대 월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국경 검문소에서 입국이 불허된 후 구금된 가족 이민자까지 합하면 지난 한 달 동안에만 3만1901명의 가족 단위 이민자가 국경에서 체포된 것이다.

또 개인 단독으로 입국을 시도하다가 체포된 사람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12월에 남부 국경에서 6만782명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돼 세 달 연속 6만 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기수·신복례 park.kisoo@koreadailyny.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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