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법률칼럼] 차등 의결권, 1주 1표 원칙의 변화

자본주의 국가의 비지니스 법은 ‘주주 평등의 원칙(principle of shareholder equality)’을 표방하고 있다. 주주는 자신이 소유한 주식의 수를 기준으로 동등한 법률상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기업 의사 결정에서 1주당 1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원칙은 전 세계에 걸친 기업 투자와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대원칙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투자 세계에서 이 원칙이 절대적으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 창업자가 마크 저커버그가 보유한 주식은 일반 주식 10배의 의결권이 있으며,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보유 주식의 의결권은 일반 주식의 200배이다. 이는 차등의결권(dual class stock) 제도에 따른 것이다.

차등의결권은 주식의 종류에 따라 의결권에 차별을 두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1주에 1표인 기존 일반 주식 A 클래스와 별개로 1주에 2표~수백 표인 B 클래스 주식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요즘은 의결권이 아예 없는 C 클래스 주식도 발행되고 있다. 하이테크 기업인 알파벳(구글 모회사), 페이스북, 알리바바, 전통 가족 지배 기업인 포드자동차, 뉴욕타임스 등이 차등의결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대주주(주로 창업자)가 경영권 방어와 단기 성과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미래 비전에 따른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판이 된다. 주식시장에서 천문학적 사업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경영권 보호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 같은 기업이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 등 구체적 성과 실현이 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할 때 들어가야 할 엄청난 자금을 시장에서 확보하면서도 투자자의 간섭과 단기 성과 창출 압박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준다. 또한 전도유망한 벤처기업이 경영권 상실을 염려해 기업공개를 꺼리거나 자금 조달에 소극적으로 나서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촉진제 역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대주주의 전횡이 법률 체계 안에서 이루어질 때 이것을 견제할 수단이 사라지고, 무능한 기존 경영진의 퇴출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위험성 또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차등의결권을 폐지하거나 일몰제를 두어 한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차등의결권 제도는 하이테크 기업과 스타트업 위주로 점점 확산하는 추세이다. 우량기업의 경우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의결권이 있는 A 클래스나 의결권이 없는 C 클래스 주식을 크게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주주 경영진의 막강한 의결권을 인정하느냐의 여부는 투자 시장에서 역동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 한국에서도 차등의결권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은 제도적, 역사적, 문화적 환경이 다르다. 무조건 모방보다는 현명하고 창조적인 적용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 지금까지 저작권 문제를 주제로 한 ‘장준환 변호사의 지식재산권법’은 앞으로 ‘투자와 법률’을 주제로 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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