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의회 임시회기, 개원 90일만에 폐원

11월18일로 연기돼
공화당 총기규제법안 피하려는 꼼수

버지니아 주의회가 총기규제법안을 처리를 위해 지난 9일(화) 임시의회를 개원했으나 공화당의 방해로 90분만에 폐원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상하원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공화당 지도부는 약속이나 한듯이 개원하자마자 임시의회 연기안을 상정하고 총선이 끝난 후인 11월18일 의회 재소집을 의결했다.
랄프 노덤 주지사(민주)와 민주당은 지난 5월31일 버지니아 비치 시정부 청사 총기난사사건으로 모두 12명이 사망한 이후 총기규제법안을 만들 목적으로 임시의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공화당은 총기를 규제한다고 해서 총기사건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며 반대해왔다.

공화당은 비난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하원이 모든 총기규제법안을 초당적인 ‘버지니아 범죄 위원회’에 의뢰해 타당성을 조사한 후 11월18일 재개원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11월18일은 총선이 끝난 후이기 때문에 레임덕 의회로 소집돼 총기규제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총기규제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과반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낙선한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 쪽으로 돌아설리 없기 때문에 통과가능성이 희박하다.

현재 하원은 51대48, 상원은 20대19로 공화당이 우세하다. 공화당은 의회 연기사태를 민주당과 주지사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커크 칵스 하원의장(공화, 콜로니얼 헤이츠)은 “총기규제법안은 철저한 연구검토가 필요한데, 주지사와 민주당이 지나치게 성급하게 임시의회를 소집해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원 소수당 대표 리차드 새스로우 의원(민주,페어팩스)는 “공화당은 완전히 미국총기협회(NRA)의 통제와 명령을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원 소수당 대표 에일런 필러-콘 의원(민주, 린치버그)도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유권자들이 11월 총선에서 반드시 공화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덤 주지사는 “버지니아에서 매일 평균 3명꼴로 총기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오늘부터 11월18일까지 또다시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계산”이라며 “공화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할 일을 방기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 방청석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을 향한 심한 욕설이 들리기도 했다.

한편,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총기 구입이 쉬운 버지니아에서 워싱턴D.C.로 총기가 유입되고 있다”며 “노덤 주지사가 보다 담대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연방알콜담배총기국(ATF) 워싱턴 지부의 발표에 의하면, 작년 한해 워싱턴D.C.에서 압류된 불법총기 중 600정 이상이 버지니아에서 흘러들어왔다. 워싱턴D.C.와 메릴랜드는 일반주민의 총기소유와 휴대가 매우 어렵게 만든 법률을 시행하고 있으나, 버지니아는 전국적으로 총기휴대가 가장 쉬운 주에 속한다.

이날 의사당 바깥에서는 총기규제찬반단체들이 뒤엉켜 시위를 벌였다. NRA는 버지니아 지역 곳곳에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고 민주당의 총기규제법안을 무력화시킬 방안과 행동수칙 등을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상정한 총기규제법안은 모두 30여개로, 모든 형태의 총기 거래에 신원조회를 의무화 법안, 자동소총과 반자동소총, 살상용 무기, 다연발 탄창, 범프 스톡스, 총기소음흡수기 등의 판매금지법안, 모든 주민에 대해 30일 동안 권총 1정만을 구매할 수 있도록 법안, 총기를 분실하거나강탈당할 경우 24시간내에 경찰에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 자신과 타인에 대해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하는 인물에 대해 경찰과 법원이 긴급보호명령을 통해 총기를 압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긴급보호명령을 받은 이에게 총기소유를 금지하도록 명령하는 법안, 18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장전되거나 안전장치가 결여된 총기에 접근하도록 방치할 경우 기존의 3급 경범죄에서 6급 중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카운티 등 지역정부가 주정부보다 더욱 엄격한 총기규제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 등이 포함돼 있다.

김옥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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