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없는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일 뿐

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방학을 맞은 어린 학생들이나 노약자들의 피서가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에어컨을 풀가동하는 도서관이나 동네 한인 베이커리 등이 예년과 다름없이 인기있는 집합소가 되고 있다.

엘리컷 시티 소재 밀러 도서관의 자원봉사자 한 명은 “주기적으로 아이를 내려놓고 가는 부모들이 있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한다.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반복되는 경우 ‘도서관에 가는 것’이 아이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보호자의 부재로 인해 아이가 주눅이 든 채 몇 시간 혼자 남겨지는 것도 문제지만 보호자가 없을 때 다른 이용자들과 트러블이 생길 경우 자칫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엘리콧 시티 40번 도로 선상의 ‘T’ 베이커리 대표는 “아이와 함께 와서 몇 시간을 보내고 가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 장시간 앉았다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이 발생하는 일들 ? 아기 용품 사용 후 치우지 않기, 엎지른 음료 처리 등 부수적인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가 흔히들 말하는 갑질의 수준인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도서관은 공공장소다. 유치원이 아니다. 베이커리는 사업체다. 손님은 왕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손님이 왕이던 시절의 손님들은 최소한의 염치가 있었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을 지키는 상식이 있었다. 여행 사이트에 올라온 글 중에 동남아의 한 호텔의 부대시설인 ‘가제보(정자)’를 어떻게 하면 하루종일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요령이 공유됐고, 그 후 호텔에서는 가제보 사용을 유료로 전환했으며 급기야는 한국어로 ‘안내/경고문’이 나붙어 버렸다는 사연을 읽은 적이 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저절로 떠오른다.

한국이 세계화의 길에 들어서면서 접하게 된 ‘미국식 개인주의’가 제대로 자리잡기도 전에 집단적인 이기주의로 발현해 버렸다. 개인주의는 ‘서로’ 간섭하지 말자는 것이지 ‘나 상관 말고 너나 잘해’가 아니다. 내 옷차림과 언어와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유로운 것이지 나의 편의를 위해 너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기주의적인 사고와 생활방식은 코 앞의 편의는 보장할 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립’을 불러올 뿐이다. 내 태도를 보고 자란 내 아이가 사회에서 따돌림을 받기 시작할 땐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평소에 예의, 염치, 상식 등 공존에 필요한 덕목들을 챙기며 살자. 인격은 가르쳐지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습득할 뿐이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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