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포럼] 유진이가 졸업장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날

뉴욕주에서 더 많은 장애 학생들이 고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CIDA에서 진행하고 있는 장애 청년 교육 프로그램 모습. [사진 CIDA]
대부분 사람들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은 흥분되는 날이다. 졸업식의 당사자는 졸업가운을 입고 학사모에 수술을 달고, 추억과 땀이 담긴 학생으로서의 치열했던 삶을 증명해 주는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는 증서를 받고, 앞으로 살아갈 성인으로의 삶을 축복받는 날이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학생들 중 일부는 다른 학생들과 다름없이 피나는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보다 더 힘든 과정으로 학교생활을 마감을 하면서도 졸업장 없이 고등학교를 나와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애를 가진 우리 큰아이 유진이도 이렇게 고등학교 졸업장 없이 그의 12년 공립학교 교육을 마감한 청년 중에 하나이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유진이는 대학을 가거나 취업을 당장 할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유진이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유진이와 우리 가족들이 함께 힘들게 겪어 내어야 했던 학교생활에 마침점을 찍는 날이라는 것에 더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 성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가족들 모두가 지금까지 보다 더 고민과 걱정을 해야 했다.

그런데 유진이와 같이 졸업장을 받지 못한 장애학생들의 경우는 뉴욕주에서는 흔한 사례이다. 2017-18년 뉴욕주에 특수교육을 받 장애학생이 정식고교 졸업장을 가지고 졸업한 경우는 전체 장애 학생의 졸업자의 54%에 불과한다. 이는 일반교실에서 교육을 받은 비장애 학생의 정식졸업장 수여자85% 라는 숫자와는 큰 폭의 차이이다. 왜 이런 큰폭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뉴욕주의 리전트(Regents) 고등학교 졸업평가 제도 때문이다.

뉴욕 고교 졸업 기준과 제도

미국의 50개주의 고등학교 졸업능력평가는 각 주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라 그 기준과 요구사항이 모두 다르다. 어느 주는 시험 없이 고교성적과 학군 자체의 평가만으로 고교 졸업장 획득이 가능한 주가 있는 가 하면, 뉴욕주와 같이 이수 과목과 시험들을 요구하는 주들도 있다.

뉴욕주의 첫 리전트 고교졸업자격 시험은 187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욕주의 교육이수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시작되었던 이 제도는 오늘날 일반, 우수(Advanced Regents) 졸업장과 지역(Local) 졸업장으로 나뉘었다.

리전트 졸업자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지정된 필수 과목 22 학점 (뉴욕시 44 학점)을 중학교와 고등학교 재학 중에 모두 이수해야 한다.

기본적인 리전트 졸업시험의 통과 기준은 4개 주요과목(영어.수학.과학.역사) 시험에서 65점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장애를 가진 학생인 경우는 좀더 복잡하다. 뉴욕주의 장애학생들과 소외계층 학생들의 졸업 비율 저조로 인해, 2015년 개정된 주정부 교육법령에 따라 'Multiple Pathways', 즉 '다양한 경로'를 거친 자격을 졸업시험 통과로 허락하고 있다. 이는 장애학생들과 이중언어 사용 학생에게 주는 안전망(safety net) 점수로 'local diploma' 획득을 허락하는 제도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심각한 인지장애가 있는 학생들인 경우, 이러한 안정망이나 '다양한 경로'가 적용이 되지 않는다. 학교가 장애학생 인지능력에 많은 한계가 있어, 일반 학습을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이 개별화 교육프로그램 (IEP) 에 명시된 특수교육 목표만 달성하고 학교를 나가게 하는 비졸업장 자격을 준다.

이렇게 고등학교 졸업장 없이 고등학교를 이수만 하는 자격을 'Skills and Achievement Commencement Credential (SACC)'이라고 한다. 물론 장애가 심각하여, 일반 학생들이 수여 받는 같은 자격의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없는 장애인들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불합리한 교육시스템과 지원의 결여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 고등교육과 취업의 도전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장애청년들도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졸업 제도 문제점과 찬반론

뉴욕주의 고등학교 졸업제도에 대한 문제는 교육계의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었다. 현재 50개 주중 뉴욕을 포함한 단 11개 주만이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개정된 연방초중고등학교법 (ESSA)이 발효되면서, 각 주정부는 교육평가 방식을 유동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는 법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주는 아직도 오래된 시험통과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장애학생이나 이중언어 학생들이 이러한 평가 구조 때문에 그들의 앞날에 있을 기회를 박탈당해야 한다는 것은 불공평하다. 이 때문에 70여 개의 장애 및 교육권리 옹호기관이 참여한 'Coalition for Multiple Pathways to a Diploma' 등은 주정부 교육부 및 리전트를 상대로 다양한 로비와 교육법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CIDA 도 한인 장애가족들을 대표하여 이 기관들과 연대해 장애학생들의 뉴욕주 고등학교 졸업기준과 제도의 혁신에 노력하고 있다.

반면 뉴욕주의 높은 교육 수준을 지키기 위해 리전트에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는 일부 주장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런 낡은 사고로 리전트 시험을 지키고자 하는 그들이 뉴욕주의 고교 졸업시험제도의 불합리성 때문에 인지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의 취업률이 50개 주 중에서 36위에서 40위를 오간다는 현실에 대해서는 과연 어떤 평가를 할지 궁금하다.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물론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다고 해서 유진이와 같은 장애청년들의 인생에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 사업체들과 협력이 가능하다면, 취업 코칭을 통한 지원 기반의 취업 프로그램들도 있고, 대학은 아니라도 성인으로 전환기를 준비하는 프로그램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진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정식 졸업장이 있었더라면 그의 인생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을 수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모쪼록 장애를 가진 유진이 후배 학생들의 앞날에는 더 많은 기회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를 바랄뿐이다.

배영서 / CID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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