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난항 디즈니홀…원안의 5.5배 돈 들어

건축가 김태식의 'LA 건축읽기' <3·끝> 유명 공연장·미술관

다운타운 월트디즈니홀 전경(왼쪽)과 디즈니홀의 전체 구간 구성도.
브로드 미술관 전경(왼쪽)과 입면도, 최상층의 전시공간(Gallery)을 쉽게 알 수 있다.
게티센터 입구에서 원형 연못까지 이어지는 구성도(왼쪽)와 게티센터 전체 구성도.
한인 건축가 김태식(48)씨가 ‘로스앤젤레스 건축읽기(Reading Los Angeles Architecture, 스페이스타임)’라는 한글 책을 최근 출간했다. ‘LA의 건축물 10곳’을 소개한 이 책에는 단순히 10곳의 건축물 소개를 넘어서 미국 문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3회에 걸쳐서 책의 일부를 소개한다. 게재 순서는 신문에 맞게 일부 조정했다. ▶한국어 블로그=blog.naver.com/geocrow

◆게티센터 Getty Center(1997, Richard Meier)=20세기 중반 최고의 부자인 '장 폴 게티(Jean Paul Getty)'가 지었다. 그는 24세에 오클라호마주 석유채굴에 투자해 바로 백만장자가 됐다. 손대는 것마다 대박이 났다. 1966년에 기네스북에 세계최고의 부자로 등재된다. 1938년부터 미술품을 많이 모았다.

게티센터는 게티와 관련된 4개의 단체가 모두 입주하고 미술품을 전시할 공간이 필요해 건축이 결정됐다. 건축위원회가 처음 만난 어려움은 바로 게티센터가 들어설 지역이 브렌우드라는 고급 주택가라는 점이다. 미술관이 들어서면 교통량이 많아져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설계를 맡은 리처드 마이어는 지형도를 살폈다. 샌타모니카 산줄기가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동쪽에는 프리웨이 405번이 지난다. 언덕에서 LA의 전경을 볼 수 있다. 미술관은 전망 좋은 남쪽에 배치했다. 원래 남쪽으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고급주택가라서 북쪽으로 진입로를 냈다. LA시 건축조례에는 게티센터 건물은 지상 3층까지만 지을 수 있어 언덕에 건물을 세우려 지하 3층을 포함시켜야 했다.

능선에 맞춰 건물 축을 22.5도 꺾었다. 메인 건물인 미술관 남관과 동관 사이에 22.5도가 보인다. 건물 배치의 시작과 끝에는 둥근 단을 만들었다. 북쪽에는 잔디를 심어 비상시에는 헬리콥터장으로 사용하고 남쪽에는 선인장 화단으로 꾸몄다.

게티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처음 만나는 곳은 지하 주차장이다. 여기서 트램을 타고 미술관에 올라간다. 5분동안 3mm를 떠서 운행하는 트램 덕분에 숲을 지킬 수 있다. 미술관은 큰 건물이 아니고 작은 건물로 쪼개져 있다. 6개의 건물군으로 구성된 이유는 건물이 너무 크면 주위의 경관을 압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기엔 주민들의 압력도 반영된 것이다.

◆월드 디즈니 콘서트홀 Walt Disney Concert Hall(2003, Frank Gehry)=월트 디즈니의 부인 릴리안 디즈니가 1987년 5000만달러를 콘서트홀 짓는데 쓰라고 내놨다. 건축 당시 지침은 객석은 2500개, 북쪽에 있는 뮤직센터와 연계하고 중심공간으로 인근 문화공간에 활력을 요구했다. 건축가 게리의 원래 설계안과 실제 건축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유는 건축설계와 음향설계를 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야스히사 토요타라는 인물이 음향 설계를 맡았다. 일반적인 콘서트홀이 직육면체 공간인데 비해 디즈니홀은 비정형의 분지형태를 채택했다. 더구나 좌우대칭이다.

설계안을 막상 지으려 공사비용을 산출해 보니 디즈니 가족이 8500만달러를 내놓는다고 해도 더 필요했다. 나중에 완공하고 보니 총 공사액은 최초안의 5.5배가 투입된 2억7400만달러가 들어갔다. 이중 1억1000만달러가 지하 주차장에 쓰였다. 공사액만 바뀐게 아니다. 설계안 자체도 13년이 지난 2003년에야 완성됐다. 완성된 건물을 보면 지하 6층 주차장에 2500대가 들어간다. 객석도 2265석이다.

외관은 스테인레스 강판으로 둘러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벽돌처럼 일정 크기로 잘라서 뼈대 구조물에 붙였다. 내부도 특이하다. 객석이 경사지게 배치돼 자리를 찾기 어렵다. 콘서트홀의 소리가 로비까지 들리지 않게 했다. 가장 안쪽이 콘서트홀이다. 모든 객석은 중앙의 연주하는 곳을 향한다. 사면에서 오케스트라를 볼 수 있다.

5층 문을 열면 옥상이 나온다. LA시내가 보인다. 완성 후 마감재가 금속이어서 빛 반사로 인한 민원이 제기됐지만 금속판을 갈아서 빛을 산란시켜 해결했다.

◆브로드미술관 The Broad(2015,Diller Scofidio+ Renfro)=브로드 미술관은 일라이 브로드라는 사업가가 자신 소유 미술품을 상설 전시하고 보관할 목적으로 지었다. 그는 LA의 3번째 부자이며 세계 185번째 부자다. 브로드는 주택사업에 뛰어 들었다. 그의 회사는 KB Home 이다. 돈을 벌자 미술품을 사모았다. 2006년에는 2000점을 모았다. 그는 500개의 미술관에 대여하고 8000회 정도의 전시회도 열었다.

브로드는 MOCA 건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짓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마침 LACMA와 협력이 가능해져 거금을 기부하기로 했다. 기금을 바탕으로 전체를 아우르는 마스터플랜을 짜고 마지막에 브로드 건물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규모가 어마어마해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건물 배치는 1층은 주차장과 사무실, 2층은 수장고와 사무실, 최상층은 전시공간만을 배치했다. 외관이 상자 형태인데 비해 내부는 다르다. 둥글둥글한 벽면으로 만들어졌다. 마치 피노키오가 고래 뱃 속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이다. 입구에서 3층 전시장으로 가는 동안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한다. 어두운 콘트리트 터널을 올라가는 것이 긴장감과 기대를 더하게 한다.

인공조명이 없지만 전시장은 하얗다. 자연광이 4만스퀘어피트를 한 공간으로 채운다. 가로세로 200피트짜리 공간에 기둥이 하나도 없다. 큐레이터는 원하는 대로 예술품을 전시할 수 있다. 천장의 처리가 대단하다. 격자의 북쪽 천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빛을 실내로 끌어들이는데 내부의 밝기가 일정하다. 인공 조명은 꺼져 있다. 자연채광으로 충분한 밝기를 유지할 수 있었더다. 이것이 브로드의 장점이다.

사회부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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