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가슴이 철렁, 철렁합니다

"I need match blood type O Positive. Blood type O Positive!" 텍스트 메시지를 받고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나는 B Positive인데! 3년 전 게리(가명)가 신장 투석을 시작하며 의료기관에 신장 이식을 요청해 놓았는데, 7~8년은 걸려야 순서가 된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헌혈을 하려고 헌혈 센터에 가서 피검사를 하니 좋다고 하여 아내에겐 속이고 헌혈을 하다가 어느 날 팔에 주사를 맞고 붙인 붕대를 그대로 붙이고 집에 와서 들통이나 혼나고는 지금까지 바삐 지내느라 새로 시작을 못 했다.

60대 초반 유대계인 게리는 짐작건대 혼자 사는 사업가인데, 자연히 밖에서 이런저런 모임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아침모임(Breakfast Team)'이라고 이름하여 매일 아침을 먹게 되는데, 나는 한 달에 두 번 참석한다. 어느 날 아침을 먹으면서, 그 친구가 나를 보고 하는 말이 '야,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네가 교도소에 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는데 그중에 사형수가 있으면 나한테 신장 하나 기증하고 가라고 말해 봐' 하며 특유의 굵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을 하니 좌중은 그 생각이 참 좋다고 모두 웃었다.

나는 또 가슴이 철렁했다.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할 수 없는 말이 있는데, 그 친구로서는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 그 속에는 아주 간절한 기다림의 깊은 의미가 있음을 안다. 나는 B Positive인데! 그렇지 사형수는 날짜를 기다리는 사람인데 "그날 이전에 자기의 건강한 신장 하나 주고 갈 수 있을 터인데" 하는 바라는 마음을 솔직히 표현했다.

살고 싶기는 누구나 똑같고, 사랑도 인종을 초월하여 똑같고, 눈물과 아픔도 똑같다는 것을 교도소에서 배운다.

내가 가진 것에서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이렇게 하나도 없는 인생이 되었는가? 고작 교도소 선교사로 참 많은 남녀 재소자를 20여 년 만나는데 누구나 그 문 앞에도 가기 싫은 곳이기에 나에게 차례가 온 것인가 생각할 때도 있다. 자원봉사라는 것이 쉽지 않으나 사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명이라는 생각을 자주 바로 세우며 얼마일지 모르나 할 수 있는 만큼 내 시간을 재소자들과 보낸다.

성경을 믿고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말씀이 진리요 생명이라고 믿는다. 성경에 "죽음과 삶의 거리는 한걸음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형수의 그 순간이나 나의 그 순간이 크게 무엇이 다른가. 내가 진작 좀 철이 들었더라면 나의 B Positive 혈액형과 장기를 꼭 필요한 누구에게 줄 수도 있었겠는데 참으로 살아온 것도 기적이고 살아가는 것도 기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사람이 그렇게도 옆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살았는지 참 부끄럽다. 지금 나의 관심은 어디에 있는지, 내 이웃의 관심은 어디에 있는지 가늠하여 보면서 또 한 번 가슴이 철렁한다.

변성수 / 연방 및 카운티 교도소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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