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잡으려다…백악관에 불낸 트럼프

트럼프 집착한 '우크라이나 음모론'은

‘우크라이나 음모론’에 집착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의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비밀리 부지런히 움직인 비선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대선 국면에서 우크라이나 불똥을 맞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가
힐러리 도우려 대선 개입

민주당 컴퓨터 서버 해킹도
러시아에 뒤집어 씌워

사실로 밝히면 민주당 강타
바이든ㆍ오바마 '일타쌍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 청문회 마지막날인 지난 21일 청문회장에서는 증인이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질타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도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라는 주장을 들이댔는데 이는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프가 우크라이나와 공모해놓고 러시아가 자신을 도운 것처럼 거짓 증거들을 심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은 잠재적 대선 경쟁자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임 민주당 정부와 우크라이나의 유착과 부패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것이고 군사 원조를 보류한 것도 우크라이나에 만연한 부패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프레임으로 '미국 대통령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외국 정부에 군사 원조를 대가로 정적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는 탄핵 사유를 덮기 위한 전략이었다.

마지막날 증인은 백악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업무를 총괄했던 피오나 힐 전 국가안보회의(NSC) 유럽·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이었다. 힐 국장은 "불행한 진실은 러시아가 2016년 우리 민주주의 제도를 조직적으로 공격한 외국 세력이라는 것이며 이는 초당파적 의회 보고서에서 확인된 우리 정보기관의 공개 결론으로 논쟁의 여지가 없다"며 '우크라이나 음모론'을 일축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은 공화당과 민주당 3명의 대통령 밑에서 일했고 어느 당파에도 속하지 않는 외교정책 전문가라며 "러시아의 이익만을 증진하는 정치적 허위사실을 이번 조사 과정에서 선전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청문회가 끝난 다음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016년 자신의 대선 캠프를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어떻게 수사를 시작하게 됐는지 그 경위를 조사한 보고서가 곧 나올 것이고 이는 역사적인 것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음모론'을 굽히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당선을 축하하는 형식적인 대화를 나눈 뒤 곧바로 튀어나온 것도 민주당 전국위원회 서버 해킹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언급하고 우크라이나가 서버를 갖고 있고 러시아 스캔들도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됐다고들 한다며 미국 법무장관에게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증거 없음,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는데도 도대체 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음모론'에 집착하며 제 발등을 찍은걸까? 그런데 만약 그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 뿐 아니라 민주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을 한방에 보내버릴 수있는 그의 말그대로 역사적인 '쾌거'(?)를 이룰 수 있다.

오바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의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오바마가 미국 출생이 아니라는 '버서 논란'을 줄기차게 제기하다가 오바마에게 망신을 당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백악관 만찬에 트럼프를 초대해 저명인사들과 미디어 앞에서 출생 증명과 관련해 트럼프를 조롱하며 공개적으로 수모를 안겼다.

남한테 지고는 못사는 트럼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고 그것이 대통령 출마를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주류 언론들의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추진한 정책들은 오바마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는 것이 목표라는 듯 '오바마 정책 뒤집기'의 연속이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음모론'은 어디서 촉발된 것일까? 발단은 2016년 대선이 불과 3개월도 남지 않은 8월 트럼프 대선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가 물러나면서 시작된다.

뉴욕타임스가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으로부터 받은 '검은 장부'를 토대로 매너포트가 반정부시위로 축출된 친러파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정당으로부터 신고하지 않은 수백만 달러를 받았다는 기사를 터뜨렸고 트럼프는 나흘 뒤 매너포트를 해고했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트럼프 캠프를 물어뜯는 호재로 활용해 트럼프와 러시아 연루설을 집중적으로 제기했고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선대본부장까지 날아간 트럼프 캠프는 위기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매너포트 사건이 터진 데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민주당이 내통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고 대통령이 된 뒤 2017년 6월 트위터에 뜬금없이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대선운동을 방해했고, 힐러리를 띄우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의 수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트윗을 올렸다.

더구나 매너포트 건이 터지기 한 달 전 민주당 전국위원회 컴퓨터가 해킹당해 힐러리가 참모 존 포데스타와 주고받은 수천통의 이메일이 공개되며 미국이 발칵 뒤집혔는데 당시 해킹 사건을 조사해 러시아 소행이라고 결론내린 사이버 보안기업이 바로 우크라니아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통화에서 언급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바로 그 보안기업으로 크라우드의 공동창업자는 반러 연구기관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선임연구원이었고 그 연구기관을 재정후원한 빅토르 핀추크는 우크라이나 신흥재벌로 클린턴 재단의 큰손이기도 했다.

잘 짜맞추면 음모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과 로버트 뮬러 특검이 1년 넘게 수사한 결과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서버 해킹은 러시아의 소행이고 관련 러시아 인사들은 기소됐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를 비밀스럽게 움직여 우크라이나 핵심인사를 접촉하게 했고 청문회에서 드러났듯이 줄리아니는 2017년 6월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며 우크라이나가 수사에 나서도록 압박해왔다.

사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밝혔듯이 바이든 부자 건은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신의 아들이 이사로 있는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에 대한 부패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1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무기로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 사퇴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 트럼프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쇼킨 검찰총장은 부리스마를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패 척결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로 우크라이나 활동가들과 미국은 물론 서방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로 퇴진을 촉구했었다.

사회부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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