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 문화 ‘쏠림현상’과 승자 독식

올 한해도 문화, 예술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보통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끈 뉴스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의 작품 ‘우주’가 한화 130억원대의 가격에 팔려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었을 것이다. 우선 사람들이 놀란 것은 비싼 그림값이다.

미화로 환산하면 약 1120만 달러이니 세계적인 그림값에 비하면 약소(?)한 편이지만 한국 작가로는 최고의 기록이고, 이로써 한국미술도 세계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이야기다.

그림 가격이 겁 없이 올라 천정부지로 비싸지는 거야 자본주의 사회의 수요 공급 원칙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살만한 능력이 있는 부자가 자기 돈으로 사는 것이니 뭐라고 참견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승자독식의 지나친 쏠림현상과 불평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현재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격 10위 중 무려 아홉 작품이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다. 이중섭 화백의 ‘황소’가 9위를 차지한 걸 빼면 모두가 김환기 작품이니 그야말로 싹쓸이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김환기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뭐라고 하실지 궁금하다.

'야, 그림 그려서도 큰 돈 벌 수 있구나! 화가는 가난하다고 하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김환기 화백처럼 값비싼 대접을 받는 작가는 몇 명 안 된다. 정말 몇 명 안 된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가난과 외로움, 몰이해 등과 싸우며 자기 세계를 일구어나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년도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동안 예술활동 개인수입이 아예 없는 경우가 28.8%, 500만원 미만이 27.4%, 월수입으로는 100만원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72.7%에 이른다. 예술계 전 분야에서 미술인 가구의 연간 총수입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일반적인 평균치일 것이다. 같은 미술계 내에서도 높은 작품가이면서 거래가 활발하고 수입이 많은 작가도 있고, 작품활동으로는 거의 돈을 만져보지 못한 작가들도 적지 않다. 심하게는 가난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작가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원인은 자본, 즉 돈이다. 미술을 비롯한 예술의 모든 분야가 자본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게 되면서, 비정한 승자독식의 불평등 구조가 굳어지고, 꼭대기 몇 사람에게 모든 것이 쏠리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세계적인 현상이다.

자본의 논리가 예술을 지배하면서, 당연히 걱정스러운 부작용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다양성의 상실, 예술가들이 연예인처럼 변해가는 현상, 그리고 불평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이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미주 한인사회의 작가들은 불평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공평하게 가난하니까! 이렇게 쓰고 보니 무척 서글퍼진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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