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달리기와 인생의 공통점

나는 주로 새벽 동이 트기 전에 달린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먼 산등성이 실루엣이 마치 큰 무대의 배경처럼 서서히 나타난다. 불 붙는 듯 붉은 하늘에서 새로운 하루가 열린다. 이런 신비로운 빛의 조화를 보는 것은 참 행운이다 .

한참 산길을 달리다 보면 온몸이 땀에 젖고 모자 챙에선 땀이 비오듯 흐른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를 때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참고 계속 달린다. 다리는 무겁고 호흡은 거칠지만 내 인생의 힘든 시절을 떠올리며 버틴다. 이런 힘든 언덕길에 단련이 되어 있으면 평지 길은 더 편하게 빨리 달릴 수 있다. 그래서 힘들어도 언덕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능한 계속 버티어 본다. 땀이 눈으로 흘러 들어가 불편하다. 하지만 나의 온갖 고뇌와 삶의 찌꺼기가 모두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스트레스 해소에 이보다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거친 숨을 몰아가며 한참을 뛰다 보면 어느새 언덕 꼭대기에 오르게 된다. 비록 야트막한 야산이지만 정상에 오르면 주위가 탁 트여서 사방을 둘러 볼 수 있어 좋다. 물 한 잔 마시고 거친 숨을 고르고 나면 이 아침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달리기는 아니 마라톤은 가끔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100미터 경주도 아니고 단 몇분에 끝나지도 않는다. 긴 시간 꾸준히 버티어야 한다.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 힘들 때도 많이 있다. 그러나 역경 속에서 단련된 인생은 깊이 있고 쉽게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쓰러진다고 해도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언덕 훈련을 즐긴다. 다리 근육도 키워주지만 특히 마라톤 경기 마지막 구간에 진가가 발휘된다. 가장 지치고 힘들 때 그 힘으로 버틴다. 그러면 이내 골인 지점이 다가온다. 정신적인 인내력을 키우는 것도 내 삶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다.

내리막 길에서 달릴 때는 속도를 내기 쉽지만 체중의 몇배 무게가 실려 다치기 쉽다. 달리기 부상은 주로 무릎, 발목관절 등이 내리막 길에서 생긴다. 즉, 사업이 잘되거나, 복권이 당첨되면 당장 돈이 많이 생겨서 좋을 것 같지만 흥청망청하다 과욕을 부리면 파산에 이르는 경우도 생긴다.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돌이켜 보면 후회스러운 일이 더 많다.

이제 내 인생에 마지막 쿼터이다. 누구나 자기 인생에 오르막과 내리막 길이 있다. 오를 땐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견디고 나면 정상에서 환희를 맛볼 수 있다. 내려갈 땐 편하지만 부상의 위험이 따른다. 이 모두가 내겐 스승 같은 존재이다. 달리면서 내 인생의 참 의미를 되새기며 과욕과 오만을 버리는 연습도 해야겠다.

오늘도 나를 벗어 버리기 위해 달린다. 더 자유롭게 살기 위해….

배원주 / 수필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오늘의 핫이슈

핫딜 더보기

이 글을 공유하려면 링크를 복사하여 붙여넣으세요.
복사를 누르시면 자동 복사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