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면 괴로운 목사님들

한국 총선·미국 대선 앞두고
가벼운 발언도 항의·갈등 양산

미국인 76% “정치 주장 금물”
“외면·회피도 비성경적” 의견도

선거철을 앞두고 한인 종교계 지도자들이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미주 한인 사회는 한국의 국회의원 재외 선거(4월),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등 굵직한 선거를 잇따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종교 지도자가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일에 조심스러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LA지역 한 유명 목회자는 "얼마 전 비공식 석상에서 교인들이 미국 대선에 대한 견해를 묻기에 ‘기독교 관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식으로 가볍게 말했다가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며 “최근에는 주일 예배 후 재외 선거를 위한 유권자 등록 부스를 차렸는데 ‘교회가 왜 정치적인 일에 중점을 두느냐’는 일부 교인들의 항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교회나 성당 내에서도 교인들이 저마다 가진 정치적 견해는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성직자의 특정한 정치적 의견 표출은 자칫하면 항의나 불필요한 갈등을 양산한다.

한 예로 지난 2009년 당시 ANC온누리교회 담임을 맡고 있던 유진소 목사(현 호산나교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인을 두고 교회 홈페이지에 “절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영웅적인 것도 될 수 없다. 부끄러움이고 안타까움”이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가 한인 사회는 물론 한국에서까지 파장을 불러일으켰었다. <본지 2009년 6월6일자 A-2면>

13일 퓨리서치센터는 성직자의 정치적 성향과 발언 등에 대해 교인들의 생각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8명(76%)은 “선거 기간에 교회나 성직자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는 개신교인(70%), 가톨릭 교인(76%), 유대교인(82%), 무신론자(92%), 불가지론자(86%) 등 종교 유무와 상관없이 교회나 성직자의 특정 후보 지지나 정치 관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성직자 역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린다.

퓨리서치센터 조사를 보면 교인 2명 중 1명(45%)은 “(출석중인 종교 기관의) 성직자가 민주당 또는 공화당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양당 모두 지지하는 것 같다(27%)”는 응답도 많았다.

김병학 목사(주님의교회)는 "목회자끼리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교인마다 워낙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정치 관련 발언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 경우가 있다”며 “교회 내 어떤 계층이 있는지, 교회 분위기가 어떤지에 따라 목사가 말할 수 있는 정치적 발언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성직자의 정치 발언은 종교계 내에서도 논란이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는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정부 비판 발언을 두고 교계 내에서도 “도를 넘었다”는 입장과 “문제가 있다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종교인의 정치 발언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진유철 목사(나성순복음교회)는 "교인의 삶이 정치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목회자에게는 정치 이슈를 성경적으로 해석해서 교인에게 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며 “목사가 정치적 사안을 너무 섣불리 판단하거나 사사건건 개입하는 것은 종교인 답지 않은 모습이지만 성경의 범주 안에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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