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법률 칼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온다면

장준환/지식재산권 변호사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지구촌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고민을 더 크게 하고 있다. 현재 몇몇 기관에서 치료제 개발 전 단계에 들어섰다는 소식이 들릴 뿐이다. 개발부터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되기까지 꽤 긴 기간이 소요되는 의약품 고유의 특성도 치료제의 신속한 보급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가 신속하게 개발 완료되어 양산 단계에 들어선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고 해도 이 치료제가 신속하게 전 세계 환자에게 보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기술 특허를 가진 제약사가 엄청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면 환자 수가 많은 개발도상국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여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려는 취지를 가진 ‘특허’ 제도가 그 독점적 성격 때문에 오히려 공공성을 해치는 모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의약품 가격 책정에 불만을 품은 제약사들이 해당 국가에 대한 의약품 공급을 거부하여 환자들의 애를 태우는 일이 종종 생기는 게 현실이다. 아프리카 등지의 저개발국에서는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치료제 수입 비용을 버거워하고 있다.

의약품 원가의 대부분은 연구개발비이다. 실제 생산 비용은 미미하다. 고가 약일수록 특허 사용료의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특허 사용료로 인한 고비용 때문에 사회적으로 치료에 차질이 생기고 질병이 번지는 현상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TRIPs(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 제31조는 비상시에 국가가 공중 보건을 목적으로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특허 의약품을 강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1월부터 발효된 TRIPs 제31조의 2는 위급 상황에 처한 국가에 의약품을 수출•공급하려 할 때도 특허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은 의약품에서 특허 강제실시를 이미 시행한 바 있다. 물론 이 규정은 한 국가가 임의로 의약품 유통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특허 강제사용이 빈번하다면 연구개발 의욕을 떨어뜨려 신약 생산을 전체적으로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특허 강제사용을 할 때는 무역 보복 등의 역풍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지만 전염병 치료제 등 공공성과 시급성이 강한 분야에서는 특허권자의 권리를 일부 유보할 수 있다는 기본 정신은 존중 받아야 할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왔는데 비싼 특허 사용료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의약품 특허의 국제적 보호를 두고 “빈곤국에 저가의 약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특허권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특허권 강제실시 등의 침해는 개발 의욕을 저해시켜 치료제 생산을 후퇴시킨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 두 주장 사이에 균형을 찾는 게 현대 지적재산권 분쟁의 큰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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