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장갑 구하러 네일샵·문신샵에도 전화…혼돈의 미국

연방정부 조율 부재 속 주정부·연방정부 의료장비 구매 경쟁 진풍경
동물용 호흡기 동원까지 검토…아수라장 속 트럼프 한국에 'SOS' 요청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의료장비를 확보하려는 기관 간 경쟁이 혼돈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마스크와 장갑을 구하러 영업을 중단한 네일샵과 문신샵까지 주 정부에서 전화를 하고 몸집이 큰 동물용 호흡기라도 가져다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연방정부의 조율 부재로 주 정부와 연방정부가 의료장비 확보를 위해 경쟁하는 웃지 못할 풍경까지 빚어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WP에 따르면 미 일리노이주에는 의료장비를 구하느라 일주일 내내 전 세계에 전화를 돌리는 팀이 있다고 한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지사는 최근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영업을 중단한 네일샵과 문신샵 등에 전화를 걸어 마스크와 장갑 등의 재고를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N95 방역용 마스크를 250만 개 확보했다면서도 의료물자를 확보하는 와중에 있어서는 안될 장애물을 만났다고 털어놨다.

바로 연방정부 및 다른 주 정부에서 밀려드는 주문이다. 산소호흡기 제조업체에 전화를 하면 연방재난관리청(FEMA)이나 다른 주 정부, 다른 국가가 경쟁자라는 얘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연방 차원에서 주 정부의 수요를 파악하고 수급을 조율해도 모자랄 판에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각개격파로 피 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가 늘고 있는 뉴욕주가 애를 태우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전날 브리핑에서 3만개의 산소호흡기가 필요하지만 연방정부가 보내온 것은 400개에 지나지 않는다며 "400개만 보냈으니 죽을 사람 2만6천명을 (연방정부가) 정하라"고 분노했다. 미 언론은 쿠오모 주지사가 너무 화가 나서 2만9천600명이라고 해야 할 것을 2만6천명으로 잘못 말한 것 같다고 전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대통령이 전쟁이라고 하고 있지 않나. 그러면 전쟁처럼 행동하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격하기도 했다.

환자용 산소호흡기를 구하지 못하자 몸집이 큰 동물용 호흡기 사용을 검토하는 기관마저 있다. 워싱턴주 시애틀의 병원 체인 관계자는 WP에 사람이 쓸 호흡기가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에 동물에게 사용되던 호흡기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가 늘자 가격도 급등했다. 평소 30센트(한화 360원) 정도이던 N95 마스크가 적게는 3달러, 많게는 15달러까지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주와 일리노이주 등 주 정부와 보건 관계자들은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DPA) 이용을 연방정부에 촉구하고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의료장비 생산 등에 동참하고 있다며 수용하고 있지 않은 형편이다.

DPA는 한국전쟁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연방정부가 기업에 필요 물품 생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DPA 발동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날 FEMA가 6만개의 코로나19 진단키트 확보를 위해 DPA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가 같은 날 DPA 발동 없이 막판에 민간에서 키트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진단키트를 요청한 데는 물량 부족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마스크와 산소호흡기 시장이 미쳤다는 표현을 쓰며 각 주의 장비 확보를 지원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고 인정한 바 있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진단키트를 구매할 수 있냐고 청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세계적으로 무엇이 이용가능한지, 미국에서의 우리의 수요와 맞을 가능성이 있는지 평가하려 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인정하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nari@yna.co.kr

(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백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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