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테니 원유 갖고 가세요”

미국서 마이너스 유가까지 등장
국제유가 폭락, 창고에 두면 손해
코로나로 소비 줄어 고육지책

미국에서 ‘마이너스 유가’ 현상이 나타났다. 정유회사가 석유를 판매하려면, 고객에게 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 소비가 줄어들면서 정유사의 재고 비용이 늘자 벌어진 기현상이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산 원유가 배럴 당 마이너스(-) 19센트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가 팔리지 않고 저장고에 쌓이는 비용이 늘자, 돈을 주고서라도 소비자에게 원유를 가져가라고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국제유가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에너지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일은 드물지만, 최초는 아니다. 2016년 미국 노스다코타산 중질유가 배럴 당 -0.5달러로 책정된 바 있다. 유황을 다량 함유한 극도로 저품질의 원유인 데다 이를 실어나를 송유관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2015년 캐나다 앨버타에서 프로판가스가 3개월간 마이너스 가격에 거래된 적도 있다.

다만, 그동안 마이너스 유가 현상이 드물게나마 발생했던 건 일부 석유업체의 경영난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북미 곳곳에서 유가가 이미 한 자릿수대로 떨어지며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서부캐나다산원유의 벤치마크 가격인 WCS는 지난 27일 배럴 당 5.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오클라호마와 네브래스카, 와이오밍에서는 원유가 배럴 당 3~8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뿐 아니라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으로 국제 유가는 연초 대비 반 토막 난 상황이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 당 20달러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24~33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투자업계 전문가는 마이너스 유가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일평균 1억 배럴이던 수요가 20% 줄어 2000만 배럴의 공급 과잉이 일어날 수 있으며, 저장 용량 한계에 부딪히면 저장비용이 시장 유가를 뛰어넘기 때문에 석유업계는 자발적으로 고객에게 조달하는 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유가는 계속 하락하고 석유생산업체가 고객에게 돈을 지불하면서라도 재고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뜻이다.

미즈호증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저유가 상황에서 자국 셰일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원유를 대량 사들여 텍사스·루이지애나주의 전략 비축고에 쌓아두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최대 일일 200만 배럴 수준에서만 비축할 수 있을 것이며 저장 용량은 4개월 만에 가득 찰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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