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흑 상생' 보여준 한인 업소 주목

흑인 종업원, 약탈·습격 막고 피해복구 앞장
한인업주는 격려하며 '아메리칸 드림' 응원

나용섭씨가 약탈로 아수라장이 된 매장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은 당시 후원을 위해 개설됐던 고펀드미 사이트. [고펀드미 캡처]
조지 플로이드 사건 후 흑인들의 약탈이 극에 달했던 5월 말. 시카고에서 미용 재료를 판매하는 나용섭씨의 업소에도 흑인들이 모여들었다. 금방이라도 창을 깨부수고 상점으로 침입할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상점을 구하기 위해 그들 앞에 막아선 것은 나씨가 아니었다. 상점에서 일하던 흑인 직원 크리스탈 홈즈였다. 홈즈는 나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우선 이곳을 피하라고” 권했다. 이후 홈즈는 흑인들을 설득하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흥분한 무리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뉴욕타임스가 15일 조지 플로이드 사태로 망가진 업소를 재건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흑인 직원 크리스탈 홈즈와 한인 사장 나용섭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나씨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20대에 미국으로 이민 왔다. 작은 신발가게를 시작으로 휴대폰, 의류업체 등을 운영했고, 2014년에는 미용 재료상 ‘웨스턴 뷰티 서플라이’를 오픈했다.

그곳에서 일하는 홈즈 역시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의아한 눈빛이다. 나씨는 일요일이면 홈즈에게 매장 운영을 맡긴다. 그럴 때면 고객들은 한인 매니저나 직원없이 일하는 홈즈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한인 업주가 흑인을 믿고 매장 맡기는 일이 그만큼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흑인들은 홈즈에게 “한인 사장을 위해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냐”고 이유를 묻는다. 약탈자 중 한 명은 그녀에게 “당신은 그들의 편이냐? 왜 우리와 함께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나씨는 보험금과 정부 보조금 그리고 딸이 개설한 고펀드미를 통해 받은 기부금(9만4000달러)으로 다시 폐허가 된 상점을 오픈할 수 있었다. 홈즈 역시 다시 일터로 복귀했다.

둘은 신뢰를 통한 상생을 이어나간다. 여전히 나씨의 상점에서 일하냐고 묻는 고객들에게 그녀는 이야기한다. “언젠가는 자신도 비즈니스를 오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시작을 위해 나씨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그날을 위해 좀 더 기다리는 것”이라고.

아메리칸 드림에 다가선 한인과 또 다른 꿈을 위해 기회를 기다리는 한 흑인의 상생을 뉴욕타임스가 응원했다.

사회부 오수연 기자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오늘의 핫이슈

Video News

핫딜 더보기

이 글을 공유하려면 링크를 복사하여 붙여넣으세요.
복사를 누르시면 자동 복사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