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네덜란드 튤립과 비트코인

희귀한 종류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알뿌리가 하나 있다.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알뿌리 가격이 시세보다 더 비싸도 충분히 구매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싼 정도를 넘어 알뿌리 가격이 집 한 채 가격과 같다면 이를 구매할 사람이 있을까?

네덜란드의 꽃으로 알려진 튤립의 알뿌리는 요즘 시세로 10파운드짜리 한 자루를 10달러 정도면 도매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저렴한 튤립 알뿌리 한 개가 실제로 정원이 딸린 저택 한 채 가격에 팔린 때가 있었다.

튤립이 유럽으로 전파된 시기는 대략 16세기 중반으로 파악된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추정되는 튤립은 오스만제국에서 널리 재배됐다. 이후 오스만제국이 유럽으로 세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튤립도 함께 퍼졌다. 유럽에서는 당시 가장 부유한 나라 네덜란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식물 애호가와 부자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애호품으로 자리했다.

이 같은 인기는 단기간 재배가 어려운 품종인 튤립을 더욱 귀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수요 공급이 극심한 불균형을 이루면서 튤립 가격은 급등했다. 귀족이나 상공인은 물론 일반 서민까지 한탕을 노린 투기에 뛰어들었다. 당시 고급 품종 튤립 한 뿌리 가격은 집 한 채 값이었다. 막판에는 튤립 가격이 1개월 새에 50배가 뛰기도 했다. 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이 같은 거래 형태는 결국 한순간에 무너졌다.

1637년 2월 최고가를 기록하며 거래되던 튤립은 이후 더는 사는 사람은 없고 팔겠다는 사람만 넘쳐났다. 비싼 값에 튤립을 샀던 상인은 빈털터리가 됐고 여기에 재산의 대부분을 투자했던 귀족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튤립 파동으로 불렸던 이 현상이 네덜란드가 영국에게 경제대국의 자리를 넘겨주게 되는 한 요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튤립 파동은 과열 투기현상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지금도 회자한다. 사실상 인류 최초의 거품 경제 현상으로 꼽힌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무섭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역사 속의 튤립 파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암호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한때 3000달러대로 떨어지며 관심이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오름세를 보이더니 지난해 12월에는 2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리고 2개월 정도 후인 지난 주에는 5만 달러를 돌파했고 주말 동안 6만 달러 선을 넘볼 정도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22일에 5만 달러 아래로 급락하는 모양새를 보였으나 다시 5만2000~5만30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세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의 대체 수익 창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과 최근 제도권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암호화폐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해석도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 생산업체 테슬라가 이달 초 1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는 소식은 비트코인 투자를 망설이던 투자자에게 뒤늦게나마 뛰어들 용기(?)를 줬다는 것이 금융권의 해석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JP모건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경제적 사이드쇼(서커스 등 메인 공연에 앞서 주의를 끌거나 분위기를 띄우는 사전 공연)’라고 정의했다. 보고서는 암호화폐가 “핵심 자산 시장보다 몇배나 큰 변동성을 보인다”며 “대부분이 지출수단이 아닌 투기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의 방향성을 논하기는 어렵다. 거품이 많이 낀 상태라는 분석이 우세함에도 여전히 많이 투자하고 있고 관심과 투자가 당분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누군가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거액을 벌었다면 누군가는 비트코인 투자로 크게 낭패를 본 사람도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시점이다.

경제부 김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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