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트워크] 영화 ‘미나리’와 진심의 언어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가슴 속에서 우러나는 언어
외국어 규정 잣대는 무의미

2009년에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2차 세계대전 말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 잠입해 작전을 펼치는 단체(개떼들) 이야기를 다룬다. 등장인물은 독일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까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한다. 전체 대사 중 영어는 한 30%쯤 된다나(미국 페이스트매거진).

이 작품은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3)’가 나오기 전까지 타란티노 영화 중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됐다. 2010년 제6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감독상·작품상·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비록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작품성에 대한 인정은 받은 셈이다. 영화 출연자인 크리스토프 왈츠는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각각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미국 내 한국 이민자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 ‘미나리’가 3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영화 ‘미나리’가 지난달 28일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수십 개의 상을 휩쓸며 호평을 받았으니 수상은 예견된 결과였다.

그러나 아쉬움도 컸다. 한국어 대사 비중이 크다는 이유로 외국어영화로 분류되면서, 규정에 따라 작품상 후보에서 제외됐다. 이 영화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이 연출했고 미국 제작사가 만들었다.

미국 내에서조차 시상식을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EPA)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50% 이상 영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외국어영화로 분류한다’는 지침은 타란티노 영화에는 무시됐고, 미나리에는 엄격히 적용됐기 때문이다. 독일어나 프랑스어를 영어의 방언으로 분류한 게 아니라면 타란티노 영화는 마땅히 외국어영화가 됐어야 했다.

정이삭 감독은 논란에 대해 가타부타하지 않았다. 대신 점잖은 수상 소감으로 주최 측의 옹졸함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는 “미나리는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이고, 그 언어는 단지 미국의 언어나 어떤 외국어가 아니라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라고 말했다. 어떤 단어나 문자를 사용하는지 보다, 진심 그 자체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당부다. 편견을 갖는다면 진심의 언어를 들을 수 없다는 뜻도 된다. 스크린 밖 현실 세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장주영 / 한국 중앙일보 EYE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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